[사이언스카페] 우주 아기 탄생하나, 네덜란드 기업 인공수정 실험 추진

“지구 너머 정착하려면 후손 낳아야”
내년 쥐 우주 인공수정 실험 시작
인간 줄기새포, 배아는 5~6년 내 실험
치명적 우주방사선 대책 먼저 세워야

네덜란드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본 유나이티드는 우주 인공수정과 임신, 출산을 추진하고 있다./스페이스본 유나이티드

2017년 개봉한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The Space Between Us)’는 화성에서 태어난 소년이 지구를 찾아온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민간 우주 관광이 실현되고 화성 정착까지 추진되면서 영화처럼 우주에서 아기가 태어날 날도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민간 기업이 우주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고 장차 임신과 출산까지 진행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일본 대학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쥐의 수정란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우주방사선이 장기적으로 유전적 결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 임신과 출산이 윤리 논란을 부를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세중력 상태인 항공기 안에서 프러포즈를 한 후 포옹을 한 커플. 우주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임신과 출산도 논의되고 있다./STEVE BOXALL

◇”우주에서 인공수정시켜 지구로 귀환” 목표

AFP통신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네덜란드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본 유나이티드(Spaceborn United)가 우주에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대표인 에그버트 에델브로크(Egbert Edelbroek)는 “인류가 지구가 아닌 행성에 정착하려면 후손을 낳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먼저 동물로 실험하고 장차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우주에서 아기를 낳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력이다. 우주로 나가면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아 성관계가 힘들어진다. 남녀가 계속 같이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페이스본은 대신 우주에서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시키는 방식으로 후손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첫 실험대상은 생쥐이다. 스페이스본은 지구 저궤도에서 생쥐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도록 유도하는 우주 배아 배양기를 개발했다. 크기는 신발 상자 정도이다. 인공수정된 배아는 우주에서 5~6일 동안 배양한다. 이 정도 시간이면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자할 배아줄기세포가 생긴다.

인공수정 배아는 이후 얼린 상태로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받는 열과 충격에 배아가 손상되지 않도록 냉동하는 것이다. 지구로 돌아온 인공수정 배아는 대리모 암컷에 이식해 임신이 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에델브로크 스페이스본 대표는 “현재 중력이 약한 실험실 조건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내년 말에는 실제 쥐 세포를 우주로 발사할 계획”이라며 “인간 배아가 든 장치의 첫 번째 우주 발사는 5~6년 이내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먼저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실험하고 이후 실제 정자, 난자로 인공수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화성에서 태어난 소년이 지구로 돌아온 이야기를 그린 2017년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포스터./STX 엔터테인먼트

◇치명적 우주방사선 막을 방안 마련해야

문제는 인공수정 배아가 지구로 귀환한 뒤이다. 배아를 대리모 여성에게 이식해 아이를 낳으려면 윤리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는 배아가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되면 심각한 유전적 결함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알고도 임신과 출산을 시도하면 비윤리적 행위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특히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 심우주(深宇宙)를 탐사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저궤도는 지구 자기권 안이어서 은하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는다. 하지만 화성으로 가는 우주인은 은하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지난 10월 중국과기대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주방사선에 30일 정도 노출돼도 중추신경이 견딜 수 있다고 나왔지만, 심우주 탐사는 그보다 오래 걸려 문제가 된다. 화성까지 가려면 7개월이 걸린다. 특히 가임기인 30대 중후반 여성의 경우 이러한 방사선 노출로 인해 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우주 인공수정 연구는 이 같은 윤리 문제를 갖고 있어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닌 스페이스본과 같은 민간 기업이 진행했다. 에델브룩은 “스페이스본이 우주에서 인간 배아를 탄생시키려는 유일한 회사”라고 말했다.

일본 야마나시대 연구진이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나흘간 배양한 쥐의 배반포기 배아 모습. 포유동물 배아가 우주 공간에서 성장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일본 야마나시대

◇日 연구진, 우주정거장서 쥐 배아 성장 성공

과학자들은 우주 인공수정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주 공간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우주방사선이나 무중력이 동물의 생식세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야마나시대 와카야마 테루히코(Wakayama Teruhiko) 교수 연구진은 2021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우주 방사선이 우주정거장에 냉동 보관된 생쥐 정자의 생식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 정자를 각각 우주정거장에서 9개월, 2년 9개월, 5년 보관한 뒤 지구로 가져와 인공수정시켰다. 실험 결과 지상의 대조군보다 임신 성공률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태어난 새끼도 유전적 결함이 없었다.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과 같은 수준의 방사선을 주는 실험을 준 결과, 정자는 우주에서 20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나시대 연구진은 이어 지난달 26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우주정거장에서 쥐의 배아를 일정 기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임신한 암컷 쥐에서 초기 배아를 추출해 섭씨 영하 95도로 냉동시켰다. 냉동 배아는 우주정거장에서 다시 해동돼 37도의 배양장치에서 자랐다.

배아는 처음 냉동할 때는 세포가 두 개로 분할된 초기 상태였지만 나흘간 배양하자 줄기세포가 생기는 배반포 단계까지 성장했다. 연구진은 배반포기 배아를 냉장장치에 넣고 지구로 귀환시켰다. 연구진은 “배아의 DNA는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았다”며 “중력이 약한 우주 환경이 배아의 초기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와카야마 교수는 “우주에서 초기 단계 포유류 배아를 성장시킨 첫 사례”라며 “우주정거장에서 배양한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해 출산까지 가능한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연구진도 2020년 생쥐의 배아를 우주에서 배양했지만, 배반포 형성률이 떨어지고 배아 세포에 심각한 DNA 손상이 발생했다. 배아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임신과 출산의 성공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참고 자료

i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3.108177

Space Weather(2023), DOI: https://doi.org/10.1029/2023SW003470

Frontiers in Cell and Developmental Biology(2021), DOI: https://doi.org/10.3389/fcell.2021.797167

Science Advances(2021), DOI: https://doi.org/10.1126/sciadv.abg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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