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좀 쉬게 해줘라!...현지에서도 '혹사' 인정→"A매치 때는 20,000km를 날아가야 돼" 탄식
[포포투=한유철]
김민재는 쉴 시간이 필요하다.
김민재는 대한민국 수비의 핵심이다. 190cm의 탄탄한 피지컬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며 현대 센터백들에게 필수적인 능력인 빌드업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오른발이 주발이지만, 왼발도 곧잘 활용하며 유사 시엔 적극적인 드리블을 통해 공격까지 가담하는 등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주 한수원을 거쳐 2017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고 데뷔 첫해 전북의 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뛰어난 모습을 보였고 K리그1 영플레이어상과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국내 무대를 정복한 김민재. 유럽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2019년 1월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김민재에게 국내 팬들은 우려를 보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김민재는 중국 리그에 가서도 한결같은 경기력을 유지했고 유럽 구단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김민재는 2021년 8월,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행선지는 튀르키예 리그의 페네르바체. 빅 리그는 아니었지만, 유럽 무대 첫 경험으로 삼기엔 충분히 좋은 팀이었다. 김민재는 어틸러 설러이와 호흡을 맞추며 팀을 이끌었고 그를 향한 유럽 팀들의 관심은 더욱 늘어났다.
유럽 리그에 입성한 지 1년 만에 가치를 증명한 김민재. 곧바로 빅 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행선지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 나폴리. '수비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세리에 A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소식에 국내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빅 리그 경험은 처음이거니와 김민재가 대체해야 하는 선수가 나폴리의 '리빙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였기 때문이다. 나폴리 현지 팬들 역시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됐던 쿨리발리를 페네르바체 출신의 아시아 선수가 대체한다는 것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아미르 라흐마니와 탄탄한 센터백 듀오를 구축한 김민재는 나폴리의 핵심이 됐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스쿠데토를 들어 올렸고 김민재는 시즌 후, 이탈리아 세리에 A 베스트 수비수에 선정됐다.
그렇게 김민재는 많은 빅 클럽들의 타깃이 됐다. 센터백 보강을 노리는 많은 클럽들이 그의 영입을 추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PSG),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등이 후보로 언급됐다. 이중에선 맨유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외엔 마땅히 쓸 자원이 없었던 맨유는 2023-24시즌 더욱 빡빡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스쿼드 보강을 추진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김민재의 영입을 원했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리 매과이어 매각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는 사이, 바이에른 뮌헨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뮌헨 소식에 정통한 독일 '스카이 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가 이적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소식이 업데이트됐다.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뮌헨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컨디션이 떨어진 김민재를 위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이아웃 지불은 마무리됐고, 곧이어 오피셜이 나왔다. 김민재는 정식으로 뮌헨 선수가 됐다. 기초군산훈련으로 인해 합류는 늦었지만, 김민재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그는 첫 훈련에서 뮌헨 동료들과 첫 만남을 가졌고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뮌헨은 공식 SNS를 통해 김민재의 개인 훈련 영상을 게재했는데, 자전거를 타는 김민재에게 선수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월클' 미드필더인 조슈아 키미히를 비롯해 새 시즌 김민재의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될 다요 우파메카노와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버선발로 김민재를 반겼다. 뮌헨 공식 SNS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게 달려와 격한 포옹을 하고 볼을 쓰다듬으며 격렬한 환영을 했다. 그는 "너는 여기서 매우 잘 할 거야" "네가 여기 와서 정말 행복해", "뮌헨 생활이 맘에 들거야. 내가 약속해" 등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김민재에게 긍정적인 말들을 열거했다.
이후 김민재는 뮌헨의 중심이 됐다. 슈퍼컵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른 그는 리그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며 꾸준히 주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파트너인 다요 우파케마노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부상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김민재는 굳건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탁월한 빌드업 능력. 뮌헨은 김민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마인츠전에선 패스 성공률 100%라는 놀라운 기록마저 세웠다. 김민재는 이 경기에서 시도한 102번의 패스를 모두 성공했다. 한 선수가 100번 이상의 패스를 시도해 모두 성공한 일. 이는 유럽 5대 리그에서 18개월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종전 기록은 2022년 2월에 나왔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 소속이었던 아이메릭 라포르트는 110번의 패스를 모두 성공했다.
최근엔 발롱도르 22위에까지 올랐다. 지난달 발롱도르는 공식 SNS를 통해 발롱도르 순위를 공개했다. 30위부터 한 명 씩 차례대로 그 순위를 공개했으며 마르틴 외데가르드, 랑달 콜로 무아니, 니콜로 바렐라 등이 순서대로 언급됐다.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는 전체 22위에 올랐다. 이는 후벵 디아스와 요슈코 그바르디올보다 높은 순위로 전체 센터백 중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에 등극하기도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사무국은 지난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AFC 올해의 국제 선수상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김민재였다. 연맹은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에 올해의 국제 선수 선수상을 수상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팀 내 중요도가 늘어날수록 체력적인 부담은 늘어났다. 김민재는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선발로 활용되고 있다. 파트너들이 부상을 당한 탓에 쉴 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에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갈라타사라이전 이후엔 이 우려가 더욱 증폭했다. 해당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꾸준히 팀 내 평점 상위권에 머물렀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엔 최저 평점을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 김민재는 클리어 4회, 인터셉트 1회, 태클 1회, 패스 성공률 93% 등을 기록했지만 실점 장면에선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바캄부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펑점 6.7을 받았고 이는 사네와 함께 팀 내 최저 평점이었다.
그래도 뮌헨은 김민재를 뺄 수 없었다. 하이덴하임과의 리그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김민재는 시즌 최악의 활약을 펼쳤다. 후반 중반까지 탄탄한 경기력으로 수비를 이끌었지만, 실점 장면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동료와의 호흡 문제로 인해 위기를 초래했고 태클 과정에서 공이 발에 맞고 굴절되며 실점으로 이어졌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 클리어 6회, 인터셉트 1회, 태클 2회, 패스 성공률 91%를 기록했지만, 평점은 6.5로 높지 않았다.
이에 박한 평가가 이어졌다. '유로 스포츠'는 "김민재가 뮌헨에서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다소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었다. 이어 "하이덴하임전에서 뮌헨은 단 몇 분 만에 2-0 리드를 잃었다. 여기엔 새로 영입된 김민재의 처참한 패스 실수가 주요 이유였다. 이는 김민재의 기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혹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김민재에게 다소 억울한 평가일 수 있다.
부진의 원인은 체력적인 이유가 크다. 이에 현지에서도 슬슬 김민재를 향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가 진행한 990분 중에서 959분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휴식은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A매치 휴식기 때 20,000km를 비행해 한국으로 넘어가서 경기를 치른다. 이후 2,000km를 또 비행해 중국으로 향한다.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뮌헨의 다음 리그 상대는 쾰른이다.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김민재는 이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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