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년만 참으면 목돈"..내일채움공제, 퇴사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도 32% 달해
장기근속 유도에 단기 해결책 역부족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 장기 근속을 위한 '내일채움공제' 제도가 사실상 퇴사일의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3년, 혹은 5년짜리 적금과 같이 회사 지원금을 수령할 때가 되면 퇴사를 결심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회사와 정부가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가 끝나고 나면 사실상 중소기업을 계속 다닐 동기가 없어진다는 이유다. 일부 회사에서는 '내일채움공제'를 빌미로 복지를 줄이거나 지원금을 연봉에 포함하는 등 근속을 위한 고용 여건도 개선 여지가 많은 상태다.
14일 기준 올해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의 올해 만기 예상자는 1만4210명이다. 2018년 제도 도입 이래 누적 가입자는 15만6869명까지 늘었지만 해지 인원도 6만2964명까지 쌓였다. 가입자 중 40%가 5년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를 택한 셈이다.
특히 '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만기 5년 상품으로 중도 해지 시에는 지원금을 거의 수령하지 못하게 된다. 채움공제에 들어선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 수록 퇴사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채용 포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16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조기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신입사원 5명 중 1명은 1년 내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이 구직자를 5년도 잡아두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주 대상 고용지원 정책’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들이 청년들의 1~2년간 근속에는 효과적"이라면서도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올해 만기를 맞는 기존 가입자들도 근로 여건의 극적인 개선이 없다면 퇴사를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포털 내 '내일채움공제' 연관검색어는 '내일채움공제 퇴사', '내일채움공제 퇴사 후 재가입',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 후기' 등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만기 후 퇴사를 고민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내일채움공제를 제공하는 기업의 근로 여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채움공제 재가입이 어렵고, 근속년수를 채워야만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자진퇴사가 어려운 직원'으로 인식되기 쉬워서다.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가 집중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항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취준생 커뮤니티에서는 '취업 시 유의사항' 중 하나로 '내일채움공제'를 은근슬쩍 연봉에 포함시키는 회사에 대한 주의가 공유되고 있다. 연봉 4000만원 공고를 자세히 뜯어보면 회사가 실제로 지급하는 연봉은 반액 수준에 불과하다. 직원이 3년(신규), 혹은 5년(재직자)간 내일채움공제를 만기까지 채우면 총 합이 40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결국 단기 유도책 이상의 효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내일채움공제 사업은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기존 내일채움공제는 지난해 종료됐고 이어진 '내일채움플러스' 사업도 올해 종료 예정이다. 두 사업의 내년도 예산안은 각각 1062억 원, 140억 원으로 이미 올해 대비 삭감이 확실시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유도책이라도 중소기업 인력 수급을 위해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공제 가입 청년의 근속률이 비가입 중소기업 청년 직원보다 약 3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 정치권에서는 '내일채움공제' 복원 요구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청년도약계좌 신설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과 더불어 R&D 예산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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