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이 내년에도? LG 恨 풀어준 '잠실예수', 美 언론서 관심 "FA 된 켈리, ML 팀 옵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한때 '교체설'까지 나돌았던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LG 트윈스). 하지만 이제는 염경엽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4차전 KT 위즈와 원정 맞대결에 앞서 이례적으로 켈리에 대한 재계약 이야기를 꺼냈다.
켈리는 지난 2019시즌부터 5년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 켈리는 데뷔 첫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하며 당시 LG에서 뛰고 있던 타일러 윌슨과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켈리와 LG의 동행은 이듬해에도 이어졌고,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로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윌슨은 22020시즌을 끝으로 LG를 떠나게 됐지만, 켈리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021년 30경기에 나서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27경기에 등판해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의 성적을 남기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승리를 손에 넣었고, 패배와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았다.
4시즌 동안 무려 58승을 쓸어담은 켈리는 이변 없이 올해도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동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은 분명 아쉬웠다. 켈리는 4월 6번의 등판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은 뒤 5월 4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6월 평균자책점 4.73, 7월 5.11로 부진하면서 켈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켈리가 거듭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팬들 사이에서는 '켈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LG도 모르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차명석 단장도 켈리의 거취를 두고 고민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잔류'였다. 켈리보다 더 나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을 뿐만이 아니라, 이미 4시즌 동안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선택은 적중했다. 켈리는 8월부터 투구 내용이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9월 4경기에서는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면서, 올해 10승 7패로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 평균자책점 3.73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부활한 켈리는 가을 무대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켈리는 지난 7일 KT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패를 손에 넣지는 못했으나, 6⅓이닝을 2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였고, 지난 13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5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면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LG를 '왕좌'에 올려놨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은 2경기(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이 켈리에 대한 재계약 이야기를 꺼냈던 시점은 5차전 등판 전. 가을무대에서의 활약만으로 동행을 선언했던 것이 아니었다. 당시 LG는 엎치락 뒤치락 끝에 3차전을 승리하면서 선발진 운영에 여유가 생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 패했다면 '뒤'가 없는 마운드 운영이 불가피했다. 여기서 켈리가 보여준 헌신적인 마음이 사령탑의 마음을 움직였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에서 졌다면) 김윤식과 켈리가 같이 들어갔을 것이다. 켈리가 '이기면 5일 로테이션을 하고 싶고, 만약 졌을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 불펜이 있으니 7이닝을 던진다기보다는 4~5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아무래도 3일 쉬고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안 한다'고는 못하지만, 부담스러운데 팀 상황상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되게 좋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사령탑은 "고민을 하지 않고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 가려고 한다. 물론 프런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데, 내 생각에는 팀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켈리는 2선발로써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구종(포크볼)을 개발했다는 것이 내년 시즌에 삼진 비율도 훨씬 올라가고, 투구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염경엽 감독은 물론 LG 프런트 내부적으로 2024시즌 켈리와 동행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있는 듯하다. 미국 언론도 켈리의 활약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 켈리는 올해 34세로 결코 어리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미국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14일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KBO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을 축하한다. 前 메이저리거 케이시 켈리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니 반갑다"면서 "34세의 켈리는 올해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는데, FA 자격을 얻었고 다시 메이저리그 팀들의 옵션이 됐다"고 언급했다.
켈리가 어떠한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분명 미지수다. 모로시 또한 구체적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언론이 켈리의 활약을 주목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켈리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는 켈리와 동행을 희망하고 있지만, 향후 동행 여부는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 KBO리그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켈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선수 생활 막바지 '꿈'을 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때 '교체설'까지 돌았던 켈리가 이제는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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