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홀란=101:96’, 살라가 홀란을 제쳤다니 무슨 소리인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모하메드 살라(31, 리버풀)가 엘링 홀란(23, 맨체스터 시티)을 제쳤다. 그것도 무려 5점 차로 앞섰다. 그 결과 나타난 비례식은 ‘살라:홀란=101:96’이다.
무슨 말일까?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여전히 ‘독존(獨尊)’의 기세를 뽐내는 ‘괴물’ 홀란이다. 맨 앞에서 득점 레이스를 이끌며 득점왕 2연패를 향해 질주하는 으뜸의 골잡이다. “EPL 득점 천하는 나의 손안에 있다”라고 외치는 듯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집트의 보물’ 살라가 홀란을 물리치고 선두에 나섰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다름 아닌 판타지 프리미어리그(FPL)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FPL은 이름 그대로 ‘판타지(Fantasy) 축구’다. EPL 사무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하는 빼어난 시뮬레이션 게임(Simulation Game)이다. 그렇긴 해도 실제 성적을 바탕으로 하므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모의시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PL 팬들의 흥미를 끌며 눈길을 사로잡음은 물론이다. 이런 FPL에서, 살라가 홀란을 꺾고 선두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EPL에서 뒤진 살라, FPL에선 홀란에 앞서
시뮬레이션 게임은 전반적으로 현실의 무언가를 비슷하게 따라 하고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FPL도 마찬가지 특성을 보인다. FPL에서 인기가 높고 영입 가격이 비싼 선수는 실제로도 승패를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로서 활약도가 무척 높다. 다시 말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FPL이다. FPL의 흐름을 보면 그 시점에 누가 EPL의 핵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살라는 비록 홀란에게 득점 레이스에선 뒤졌을지(10-13골) 모른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보면, 전체 활약도에선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12경기를 치른 현재, 살라는 홀란에게 101-96점으로 앞서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100점 고지를 밟은 인물이 곧 살라다.
물론, 홀란은 FPL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기 선수다. 몸값이 입증한다. 1,400만 파운드(한화 약 229억 원)로, 1,300만 파운드(약 212억 원)의 살라보다 구단주 – 게임 참여 팬 – 의 선택을 많이 받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격 공헌도에서도, 홀란(16개·13골-3어시스트)이 살라(14개·10골-4어시스트)를 앞선다. 그런데도 왜 유독 FPL 획득 점수에선, 살라가 홀란을 제치고 맨 위에 올라 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살라의 다재다능한 플레이 스타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21-2022시즌 득점왕(23골)과 어시스트왕(13개)에서 엿볼 수 있듯, 살라는 뛰어난 득점 능력은 물론 걸출한 어시스트 능력도 아울러 갖췄다. 그만큼 빅 찬스 창출에 능한 플레이를 펼친다.
실제로 이번 시즌 이 부문에서, 살라는 홀란을 크게 앞섰다. 11-3, 거의 네 배에 가까운 수치다. 키 패스도 26-14로 두 배가량 앞선다(표 참조). 이런 능력치가 홀란을 제치고 선두로 떠오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 됐다.
다른 기본 수치에선, 홀란이 살라에 앞선다. 슈팅(46개)-박스 내 슛(44개)-빅 찬스(23회)-유효 슈팅(25개)에서, 홀란은 EPL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살라도 못지않은 기록을 보인다. 슈팅(38개)-빅 찬스(14회)-유효 슈팅(16개)에서 홀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우위 요인으로, 활동 위치를 꼽을 수 있다. FPL에서, 살라는 미드필더로, 홀란은 공격수로 각각 분류돼 있다.
FPL은 선수 포지션에 따라 득점에 부여하는 점수에 차등을 둔다. 미드필더가 5점을 얻는 반면, 공격수는 4점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살라는 세 골이 뒤짐에도 획득 점수(50-52)에서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이득을 봤다. 같은 점수였다면, 40-52로 크게 뒤질 뻔했다.
또한, 팀이 클린 시트를 기록하면 미드필더는 1점을 얻는다. 반면, 공격수는 그에 따른 대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두드러진 수비력 향상을 자랑한다. 12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무실점 수비력을 뽐냈다. 살라가 4점을 추가 획득했음은 물론이다.
순수하게 득점 위협 능력만으론, 살라가 홀란과 벌이는 경쟁을 버거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드필더로서 득점 능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고루 갖춘 살라의 다재다능함은 홀란과 펼치는 각축전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틀림없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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