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래’ 이정곤 감독 “청춘에 두 번째 기회 주고 싶었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8부작 드라마 ‘거래’(극본 홍종성, 연출 이정곤)는 각각의 이유로 경제적인 문제에 빠진 20대 청년 이준성(유승호 분), 송재효(김동휘 분)가 고등학교 동창이자 부잣집 자녀인 박민우(유수빈 분)을 우발적으로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나 작품와 만난 이정곤 감독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이 감독은 “사람들의 반응이 여전히 궁금하다. 새롭게 시도한 지점들이 있는데 그 지점들을 어떻게 보셨을지가 제일 궁금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유승호 배우랑 같이 작업하면서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기존 팬들에게도, 새롭게 이 작품을 통해 유승호라는 배우를 보는 분들에게도 캐릭터가 효과적으로 잘 전달됐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인상적으로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유승호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더라. 걱정했는데 작품 속 모습이 짜릿하다는 평이 많아 다행이었다”며 “유승호는 새롭고, 기존에 인지 못했던 김동휘, 유수빈은 좋은 의미로 익숙해진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즐거워했다.
‘거래’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을 선택해 연출한 이유는 뭘까. 이 감독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10화 안쪽의 짧은 내용만 있었다”면서 “1부 초반 분량에 납치가 벌어진다. 돈 때문에 친구를 납치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했다. 그런 신선함으로 출발하되 납치범들에게 과연 사람들이 마음을 줄 수 있나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발적이었다고 한들 친구를 납치까지 한 것인데 (내용이) 괜찮을까 했다. 20대 초반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돈을 벌 수 있다면 괜찮지 않나?’라는 반응이 많더라. 드라마를 만드는 저로서도 이게 괜찮을까? 싶은 기분도 들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태연하게 말하는게 이 세대가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밝혔다.
제작 의도에 대해 이 감독은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녹아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지금 청춘들이 어떤 삶을 살때 범죄에 휘말릴까 생각해보니 인터넷 도박이나 사회 부조리에서 적응을 못할 때, 계급이 올라가고플 때 등이었다. 자연스레 의도를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재효의 곁에 계급이 다른 의대생들을 배치했던 것도 그런 의도였다”면서 “인물들이 뭔가를 얻고자 했지만 마지막엔 뭔가 다 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우는 우정을, 준성이와 재효는 10억을 얻으려 했지만 다 잃는 이야기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이 감독의 생각은 원작과 달라진 극의 내용에서 묻어난다. 이준성과 송재효가 돈이 필요해진 이유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됐다.
이 감독은 “준성이는 도박으로 빚을 진 채 군대로 도피했다가 전역 후 사채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심리적, 물리적 압박을 받도록 했고 재효는 대학에서 커닝을 한 뒤 부조리를 당하는 모습을 담은게 가장 다르게 염두한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인물들을 온전히 응원할 수는 없지만 (인물들의) 심리적인 흔들림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의도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피해자는 민우이지만 가장 우위에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댓글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애초에 계급이 맞지 않으면 거래는 불가능했다’는 것이었다. 계급이 다른 이들 중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가와 더불어 거래하려 했으나 (가해자가) 용서를 받아야 모든 것이 끝이 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준성과 함께 범죄를 공모한 두 친구 송재효와 이준성의 마지막은 엇갈린다. 같은 잘못을 한 두 인물이 대비되는 결말을 맞도록 구성한 이유는 뭘까.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이 있다면 준성이길 바랐다. 그래서 몸값을 요구하는 제안을 하는게 원작에서는 준성이었지만, 극에선 재효로 바꿨다”고 말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작가님과 결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련의 사건이 끝난 이후 각각의 인물들에게 어떤 흉터가 남았는지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또 모든 죗값을 치른 이후의 인물이 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세태 속에서 저는 준성이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범죄를 저지른 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죗값을 치르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부조리 속에서 한 명 정도는 두 번째 기회로 이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마지막에 준성의 얼굴로 보여지길 바랐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머뭇거리는 이준성과 달리 송재효는 상당히 극단적이다. 끝까지 반성 없는 빌런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재효와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의대에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대해서였어요. 재효가 하는 일련의 행위를 거기서 납득시키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을 나눴습니다. 원작에도 있는 말인데 ‘우리같은 애들은 10년 일해도 5억을 절대 못 모아’라는 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그게 모든 동기부여를 해줄 순 없지만요. 재효가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지내오다가 트리거가 당겨져서 확 전환되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 감독은 “오래 활동해온 만큼 유승호라는 사람이 가지는 단단한 중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성이와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미팅할 때 제게 먼저 ‘짧은 머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둘 다 의욕적이 되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삭발하는 날도 함께 만나서 상의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준비 단계에서도 그랬지만, 현장에서도 유승호가 엄청 어른스럽더라. 함께 주연을 맡았던 유수빈, 김동휘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장 선배인데 의욕적이면서 차분하게 할거 해주니 다른 배우들도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였는데 유승호 덕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 중 피해자인 박민우를 연기한 유수빈에 대해서는 “비닐봉지를 쓰고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봉지에 바늘로 구멍들을 뚫어서 했는데 테스트할 때는 괜찮았지만 감정 연기를 하면서 힘들어하더라. 그럼에도 잘해줬다. 또 벽장에서 하는 신들도 혼자 해야 하는 분량이 많았는데 굉장히 잘해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 박민우가 캐리어에 들어가는 장면을 언급하며 “테스트를 할 때는 웃으면서 장난스레 했지만 현장에서 촬영할 때 ‘이런 각도에서 배우들을 본 적이 없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진짜 피해자가 된 것 같다’고 하더라. 이후 촬영한 장면에서 ‘나도 너 친구잖아’라는 대사를 애드리브로 했는데 진짜로 서운한 것 같아서 제작진도 짠해 했다”고 덧붙였다.
극의 중반부까지는 블랙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납치의 목격자이자 사건을 파헤치며 직접 수사하던 경찰 공시생 차수안(이주연 분)이 사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감독은 “블랙코미디로 보이니 범죄가 순화되는 느낌이 있더라”면서 “이 아이들 때문에 수안이가 범죄에 휘말리고, 죽음에 다다르면서 이들의 행위가 온전히 범죄로 전환된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이 일이 잘 마무리될 순 없구나’라고 생각하게끔 의도했다. 이 납치극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수안이 죽으면서 이들이 정말 큰 범죄를 저질렀고 용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큰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거래’는 ‘약한영웅’을 이을 웨이브의 기대작으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부담감은 없었다”며 “‘약한영웅’이 캐릭터의 정서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정서가 잘 담긴다면 분명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웨이브의 배려로 작품을 순서대로 찍을 수 있었다. 또 후반 작업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웨이브 PD님들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애정을 가져주시고 작품에 함몰될 때 환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감사했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은 2021년 개봉한 영화 ‘낫아웃’으로 데뷔했다. ‘낫아웃’은 청춘들의 흔들리는 인생을 그렸다는 점에서 ‘거래’와 비슷한 결을 지녔다. 청춘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저도 그런 시기를 통과하고 나니 그 시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며 “관심이라하기에도 애매한 통과의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기를 지나는게 힘들다. 많은 분들이 각각 통과하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이 겪는 딜레마도 있다. 그 딜레마를 잘 담아 작품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인물들의 성장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어줍잖은 연민을 하고싶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아직 시청하지 않은 이들에게 “세 친구의 관계 변화에 집중해서 보면 매력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 좋아하다가 싫어하다가 서로를 아끼기도 한다. 처음 만날 때의 관계성과 작품의 중간과 끝에 관계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매력있는 포인트”라며 설명하며 시청을 권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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