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현상에 늘어나는 엔화예금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3. 11.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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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33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고, 엔·원 재정환율도 870원대로 내려앉았다. 통화정책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는 상반된 일본 중앙은행(일본은행)의 상대적 완화 행보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엔화가치 하락 장기화에 국내 금융시장에선 자금이 ‘엔화’로 이동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환차익을 노린 투자다. 반면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일학개미’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15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이 3억1000만원대로 나타나 2021년 대비 6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소식도 전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엔화 약세 장기화에 늘어나는 ‘엔화예금’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달러당 151.92엔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최고치인 10월21일의 1달러당 151.94엔에 근접했다. 엔·달러 환율이 이 수치를 넘어서면 엔화가치는 1990년 이후 약 33년 만에 최저점을 넘어선다. 최저점 접근 소식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1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만전의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며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엔화가치 하락은 원·엔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14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75.98원을 기록했다. 지난 6일에는 867.38원으로 연중 최저점에 도달했다. 원·엔 환율은 연초엔 900원 후반대에서 움직였지만 최근 860∼87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장기화 저물가 처지인 일본경제 때문에 일본은행이 상대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역대급 ‘엔저’(円低) 현상 원인으로 거론된다. 

엔저 현상 장기화는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친다. ‘엔화 예금’ 증가세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 중 엔화 보유액은 8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 66억1000만달러 대비 17억7000만달러가 늘었다. 국내 주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의 엔화 예금 잔액은 10월 말 1조1099억엔에서 지난 10일 기준 1조1596억엔으로 497억엔(약 4355억원) 늘어났다. 

엔화 가치가 곧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예상외의 엔저 현상 장기화로 울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화 환율을 추종하는 상품인 ‘타이거(TIGER) 일본엔선물 ETF’의 경우 연초 대비 이날까지 수익률이 -8.83%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76억원을 순매수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는 제한적으로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8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한국의 수출단가는 0.12%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02% 증가하면서 수출금액은 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로 엔·달러 환율이 장중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을 높이려는 일본은행의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엔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8%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압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데 기업들은 이미 저항을 체감하고 있어 구조적 저물가 탈피를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상황”이라며 “최대한 점진적인 시장 금리 정상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대적 고평가 현상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 등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보다는 900원대로 재차 수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균 주택 자산 3.1억원…3억원 이하 60%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22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올해 1월1일 공시가격 기준)은 3억1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2021년(3억7600만원) 대비 6100만원 정도 하락했다. 10분위의 경우 2021년 평균 주택 자산가액이 14억84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억1600만원으로 하락한 반면 1분위(하위 10%)의 주택 자산가액은 3000만원으로 전년과 변동이 없었다.

전체 가구의 주택 자산가액별 비중 변화를 보면 3억원 이하가 2021년 60.2%였지만 지난해에는 67.0%로 증가했다. 반면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같은 기간 23.0%에서 20.7%,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11.9%에서 9.0%로 각각 낮아졌다. 12억원 초과 가구의 비중 역시 2021년 5.0%에서 2022년 3.2%로 줄었다. 성별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상위 분위일수록 많이 분포돼 있었던 반면 여성은 하위 분위로 갈수록 많았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223만2000가구로 1년 전(1206만3000가구)보다 약 17만가구(1.4%) 증가했다. 일반가구 2177만4000가구 중 56.2%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954만1000가구(43.8%)는 여전히 무주택자로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울산(64.2%), 경남(62.9%), 전남(61.3%) 등에서 주택 소유 비중이 높았고 서울(48.6%), 대전(53.0%), 제주(55.6%) 등은 낮은 편에 속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가구주 연령별 주택 소유율은 70대가 70.4%로 가장 높았으며 60대(67.7%), 50대(64.2%) 순이었다. 30대 미만은 11.2%로 가장 낮았다. 가구원 수로 보면 5인 이상 가구가 74.8%로 가장 높았고, 1인 가구는 30.9%에 그쳤다. ‘부부’로만 구성된 가구 및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각각 74.8%, 74.0%로 높았지만 ‘한부모와 미혼자녀’ 가구의 주택소유율은 52.9%에 불과했다.

다주택자 가구의 비중은 줄었다. 주택 소유 가구 중 2건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315만4000가구(25.8%)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0.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건 이상 주택 소유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제주(32.6%), 전남(29.2%), 충남(29.1%) 순이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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