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건설공사 적정공사비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이다!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다. 건설공사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며,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 그런 건설업계에서 적정공사비의 문제는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낙찰이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수주 절벽에 부딪혀 고사 직면해 처해있는 건설사들이, 낙찰돼도 적자 공사를 면치 못해 공사비를 보태가며 시공해야 하니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최근 국제사회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수준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경기 부진 위험이 증가해 향후 시장 금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인 것.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증대로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건설산업의 경영 여건도 나날이 악화돼 우리 건설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감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자재 가격 상승 및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 월간 신규 등록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부도, 폐업률은 지속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왔다. 특히 올해 상반기 부도, 폐업률은 1.32%로 전년동기 0.83% 대비 0.5%P나 상승, 물가급등 및 건설경기 악화 영향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부도업체 수는 전년동기 대비 40% 상승, 폐업 수는 65.3% 증가했다. 건설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는 게 사실이다.
건설공사의 적정공사비는 소요되는 예산에 관한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건설공사는 자연 재난을 견디는 구조물을 건설하고, 사용자와 주변 지역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성원들과의 약속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적자 공사는 건설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건설 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지고, 이는 안전과 품질로 직결돼 하도급업체와 자재, 장비, 노무자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설산업에서의 적정공사비 확보는 안전 및 품질 향상이며 사회 선순환 구조 형성이다.
첫째, 기본적인 물가 상승률과 더불어 지난 수십 년간 안전 및 품질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담조직 설치 및 담당자 배치 등 본사 차원의 현장관리 및 지원 비용이 대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35년간 일반 관리 비율(한국은행)은 약 76%, 간접 노무 비율(토목)은 약 64% 상승했는데, 우리 건설산업의 현실은 규정상 제비율 상한으로 일반 관리 비율은 6%, 간접 노무 비율 16%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에 대해 건설업계 및 관련 연구기관은 오래전부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둘째, 기술형 입찰과 종합심사낙찰제, 적격심사 대상공사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찰방식에서 공사비 삭감 문제 또한 심각하다. 기술형 입찰은 사업비 책정부터 발주까지 보통 2년 이상 소요, 이 기간 상승한 사업비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이를 이유로 기술형 입찰의 유찰률이 70% 가까이 치솟으면서 조달청이 최근에서야 공사비를 확인하는 '발주단계 공사비 적정성 검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과연 이런 제도가 유찰 방지 장치로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종합심사낙찰제는 이윤율에 대한 평가 툴이 없어서 입찰 참가업체의 이윤을 사실상 '제로'로 유도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 차원에서 이윤을 '0원'으로 투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품질과 안전 확보에 필요한 비용까지도 줄일 수밖에 없어 대형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공사금액은 절감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설계한 지 30여 년이 지난 굳어진 적격심사 입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05년 '공공공사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공공사의 평균 낙찰률이 90%를 웃돌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공사금액을 12-20%까지 절감하려고 낙찰률을 80% 안팎으로 명문화, 오래된 적격심사 입찰방식만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원가 산정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기획 단계에서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책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적정공사비 확보를 저해하는 제도들을 반드시 수술대 위에 올려 놓고, 제도적인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최길학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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