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3반의 지평선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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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제자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간절함으로 울며 지새우던 수많은 날들을 웃어 보내주며 드디어 교사가 된 것이다.
'뭐든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연수를 듣게 되었다.
연수를 들으며 내 열정이 서툴렀음을 깨달았고, 미성숙한 학생 간의 관계 회복에 '도움을 주는 스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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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디에 앉아요?"
첫 제자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가슴이 뛰고 주체할 수 없이 기뻤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인연이지만 2022년 3월, 4학년 3반의 학생과 담임교사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우린 이어졌다. 간절함으로 울며 지새우던 수많은 날들을 웃어 보내주며 드디어 교사가 된 것이다.
3월의 난 열정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을 다방면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리라 하는 다짐으로… 그리고 그 서툰 열정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평화로웠던 3,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자, 학생들 간의 갈등이 잦아졌다. 갈등을 해소시키며 나의 감정은 상처받은 학생들을 닮아갔다. 때로는 내가 더 많이, 더 오래 상처받았다.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의 특성상 매일 새로운 갈등이 생겼고, 열정으로 시작했던 모든 중재와 학생들에 대한 공감은 나를 무너지게 했다.
이 시기, 동학년 부장님께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권유하셨다. '뭐든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연수를 듣게 되었다. 연수를 들으며 내 열정이 서툴렀음을 깨달았고, 미성숙한 학생 간의 관계 회복에 '도움을 주는 스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개학 후 서툴지만 꾸준히 노력했다. 학생들의 마음에 공감하되, 한발치 떨어져 상호 간의 공감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그 변화는 가히 놀라웠다. 잘못을 따지며 수동적 사과만을 반복하던 교실에 변화가 찾아왔던 것이다.
학생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했으며, 단순히 '짜증나요'라고 표현되던 그들의 감정과 욕구가 '네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 오늘따라 나와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아서 친구를 잃는 기분이었어. 전처럼 다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라고 표현되었다.
이후 나는 내면이 단단한 교사가 되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2022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은 '사랑'이다. 처음이기에 서툴렀고 실수투성이였지만 진심으로 학생들을 사랑했다. 사랑하기에 더 잘하길, 더 잘 되길 바랐다.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매 순간 행복하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힘든 어느 날, 내게 받았던 사랑을 떠올리며 미소 짓길 바라본다.
3반의 지평선 너머, 나의 교직 생활에 어떤 인연을 마주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하고 험난했던 3반 너머에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내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하진 대전송촌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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