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70% 운영 중단"…"하마스, 병원 군사 기지로 삼아"(종합)
이스라엘군, 가자 북부에서 성과…"알샤티 난민촌 점령"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시가전 규모를 키워가는 가운데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에 폭우까지 쏟아지며 주민들은 수인성 질병이 확산할 위험에 처한 데다 구호 물품 전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측에서는 현재 가자지구 내의 35개 병원 중 25개가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며, 94개 빌딩과 학교 253곳이 붕괴됐다고 알렸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 시파 병원의 병원장 모하마드 아부 살미야는 AFP에 "병원 단지에 시신이 널려 있고, 영안실에는 더 이상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179구의 시신이 안치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가자지구 병원들이 총격에 휘말리며 사망자 수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국장 중 한 명인 메드하트 압바스는 "기본적으로 사망자 수를 발표할 부처가 없다"며 "동료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고, 시신들이 거리에 널려 있어 지금은 정확한 숫자를 언급할 수 없다"고 WP에 전했다.
유엔은 환자와 직원, 난민 등 최소 2300명이 이 병원 내부에 있으며, 보급품이 거의 소진된 시설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여야 해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가자지구 병원 시설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작전 본부가 병원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며 향후 더욱 큰 규모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규모 알 시파 병원과 알 아흘리 병원 등 주요 의료 시설들 4곳을 겨냥한 공습을 위해 병원들 인근으로 탱크와 장갑차 등 병력을 집결하고 있다.
미 백악관도 병원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기자들에게 "그들(하마스)은 그곳에 무기를 보관해 왔고, 그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가자지구의 일부 병원들과 그 지하 터널들을 이용해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인질을 숨기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시켜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병원 등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 비까지 내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하수 중단과 물 부족으로 수인성 질병과 박테리아 감염이 급증한 가운데 비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쪽 라파에 있는 유엔 학교 안쪽에 자리를 잡은 난민 주에이디는 AFP에 "우리는 완전히 흠뻑 젖었다. 옷, 매트리스, 담요 모두 물에 젖었다. 개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갈아입을 옷도 없고, 잘 곳도 없다"며 "우리는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밀가루 한 봉지가 약 200달러(약 26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래 쭉 난민 생활을 해온 수하하산도 AFP에 "물이 없다가 갑자기 익사 당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칸 유니스의 유엔 보호소에 있는 난민 카림 므레이쉬는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이 비가 그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유엔은 이날 연료 부족으로 인해 콜레라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으며, 이로 인해 15일까지 구호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식수는 더 이상 트럭으로 운반될 수 없고, 하수 펌프에는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며, 발전기에 의존하는 병원도 하나씩 폐쇄되기 시작했다고 AFP는 전했다.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면 가자지구에는 더 큰 '재앙'이 다가올 것으로 우려된다.
노르웨이 난민 협의회 대변인 아흐메드 바이람은 "우기가 시작되면 가자지구에서 가장 어려운 주가 될 수 있다"며 "폭우로 인해 사람들과 구조팀의 이동이 더 어려워질 것이고, 비와 함께 끊임없는 폭격과 재앙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거나 매장하는 일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인 줄리엣 투마는 로이터에 "하수 시스템이 물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은 양의 비라도 가자 거리에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주변의 하마스 방어선을 뚫고, 가자 북부의 지상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알샤티 난민촌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자지구 북쪽에서 진입한 162사단이 알샤티 난민촌을 점령했다"며 "곧 동쪽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해 해안에 도달한 36사단과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IDF는 알샤티 난민촌이 하마스의 주요 거점이었다고 설명했다. IDF는 "캠프 내부에는 많은 인프라가 있고, 10월7일 공격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알샤티 대대를 포함해 하마스 병력이 많이 집결해 있었다"고 적었다.
IDF는 이 사단이 160개 이상의 터널을 파괴하고 하마스 대원과 고위 사령관 등 약 1000명을 살해했다고 부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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