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온다더니 전세 매물 구하기 어려운 이유[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역전세난이 온다고 하더니, 전세난이네”
“무슨 소리,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무슨 전세난이야?”
현재의 전세 시장을 두고 상반된 목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시장을 두고 한쪽에서는 전세난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역전세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말이 맞을까?
우선 전세난과 역전세난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전세난이란 전세로 나온 부동산 매물이 모자라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시중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반해 역전세난이란 전세를 내놓으려는 집주인은 늘어나는데 비해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이 줄어들어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겪는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난, 전세가가 내리면 역전세난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이 효자 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전세가는 작년 7월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올해 7월 말까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 시장이 반등하여 석 달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를 역전세난, 올해 7월부터 현재까지는 전세난으로 표현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역전세라는 것은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는 기존 임대차 계약의 전세보증금을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경우 전세 계약은 통상 2년 단위로 체결되기 때문에 2년 전에 체결된 전세보증금보다 현재 전세시세가 낮은 경우를 역전세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몇 달 전보다 전세 시세가 낮아졌다고 역전세라 정의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21년 10월 말로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지난 2년간 전국아파트 전세시세는 10.8%나 하락했으니 역전세난이라고 정의해도 틀림이 없다. 2년 전에 전세를 새로 계약한 임대인은 기존 전세보증금의 10% 이상을 임차인에게 내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난 2년간 전세시세가 10.8% 하락했다는 것은 신규 계약 체결 기준이다. 다시 말해 2년 전에 새로 계약하지 않고, (4년 전에 계약했던 전세 계약에 대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경우는 그 당시 시세만큼 전세가를 올리지 않았으므로 이번 계약에서는 보증금을 돌려줄 상황이 아닌 것이다.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이들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국아파트 전세지수는 2019년 10월 말 기준 82.6이고 2021년 11월 초 기준으로는 98.8이었다. 2021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전세를 연장 계약하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19.6%나 전세금을 올려줘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이렇게 하는 세입자는 없었다. 2020년 7월 말부터 신설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5%만 올려줘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수치로 표현하면 2019년 10월 말에 8258만원에 전세를 체결했던 세입자가 있었다면 2년 후인 2021년 11월 초에는 전세 시세가 9879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1621만원을 올려줘야 했지만 5%인 413만원만 인상해서 8671만원으로 갱신계약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전세시세가 2년이 지난 지금은 8817만원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1.7% 정도인 146만원만 올려주면 된다.
하지만 같은 단지라고 하더라도 2년 전에 계약갱신권을 쓰지 않고 신규 계약한 전세에 대해서는 10.8%인 1062만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결국 같은 지역, 같은 단지에서 세를 주는 임대인이라고 해도 2년 전 임대 조건에 따라 역전세난에 봉착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2년 전에 임대인의 발목을 잡았던 계약갱신청구권이 지금은 역전세난을 방지하는 효자가 된 것이다.
지역마다 상황 다른 전세 시장
이번에는 세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라면 2년 전에 비해 전세 시세가 하락했으므로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2년 전에 신규 계약을 한 세입자만 해당되는 것이고, 그 당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다면 전세보증금을 일부 올려주어야 한다.
더욱이 이번에 새로 전세를 계약하는 세입자라면 석 달 전에 비해 전세 시세가 더 올랐으므로 역전세난이 아니라 전세난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전세가가 반등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아직 전세가가 바닥을 찾지 못하고 계속 하락하고 있는 지역도 있는 실정이다.
역전세난이 심화되면 소위 ‘깡통전세’ 우려가 있다. 깡통전세라는 것은 그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어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집값이 전세 시세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집을 2억원에 사서 1억9000만원에 전세를 주었는데, 그 집값이 1억8000만원으로 내렸다고 하면 집을 팔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내어줄 돈이 없게 된다.
다만 이런 깡통전세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아파트 시장의 전세가 비율은 60~70%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30~40% 정도 떨어지지 않고서는 깡통전세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높은 빌라의 경우에는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간의 매매가 하락도 깡통전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빌라 시장의 경우 최근에는 전세로 계약하려는 세입자보다 월세로 계약하려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임대 시장에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많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세입자의 경우는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놓고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깡통전세의 위험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빌라보다는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시장은 월세보다 전세로, 빌라 시장은 전세보다는 월세로 임대 형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이 전세난인가 역전세난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지역이나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 주택 유형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본인의 자금 상황을 고려해 본인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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