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공개 규제'에 수익모델 바꾸는 게임사들…게임 BM 춘추전국시대 오나
컴플리트 가챠·변동확률 등 정보 세분화해 이용자 보호 강화
배틀패스·게임내 광고 등 BM 다변화…콘솔로 눈돌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내년부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유형별로 정보 표시가 의무화되면서 게임사들이 수익모델(BM)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자율규제로 게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해왔던 게임사들 입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위반 시 처벌 대상에 오르는 규제 영역이 된다는 점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13일 입법 예고했다. 게임산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내년 3월22일 시행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으로 개정된 이번 개정안은 기존 게임사들이 지켜왔던 자율규제를 따라 확률형 아이템 유형을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에 따라 표시 의무가 부과된 것이 골자다. 특히 게임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컴플리트 가챠, 변동확률, 천장제도 등도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표시 의무를 부과했다.
아케이드 게임, 교육·종교 등 공익적 홍보목적 게임물 등을 제외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제외하는 모든 게임물은 확률정보 표시 의무 대상이 된다. 다만,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이 제작·배급 또는 제공하는 게임물은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게임사들은 이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확률 정보를 백분율로 표시해야 하며 게임물,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 선전물 등 매체별로 표시해야 한다.
기존 자율규제에는 표시 의무가 없던 광고·선전물의 경우 '게임물 내에 확률형 아이템 포함' 사실을 표시하되 웹페이지 내 배너 광고 등 광고물·선전물의 크기 및 형식, 특성상 표시가 어려운 경우에는 표시하지 않을 수 있게 예외 규정을 둬 기업들의 부담을 줄였다.
그동안 게임사가 확률정보를 검색할 수 없는 형태로 제공하거나 이용자들이 찾기 힘든 곳에 확률정보를 게시하는 등의 편법 운영도 보완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확률정보 미표시 및 거짓 표시를 확인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을 24명 규모로 게임위에 설치할 예정이다. 게임 관련 종사 경력이 있는 인력을 최우선으로 배치해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추가 검증이 필요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해 확률정보의 거짓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문체부가 이번 시행령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이용자 보호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도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컴플리트 가챠·변동확률 등에 표시 의무를 부과했고 편법운영도 막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은 13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에서 "단순히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게이머들은 제대로된 정보도 없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고 경제적 손실도 게이머 몫”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게이머들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개정안이 시행됨으로써 확률형 아이템을 제외한 BM을 갖춘 게임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해 중견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탈피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게임 패스’ ‘배틀 패스’ 등으로 불리는 구독형 상품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BM으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이용자들 사이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잇따르면서 국회에서 관련 규제가 다수 발의된 데다가 점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피로도가 커지는 등 성장 한계에 부딪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은 지난 1월 출시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확률형 아이템을 제외했고, 지난 6월 출시한 흥행작 ‘데이브 더 다이버’는 확률형을 배제한 패키지 게임이다. 이밖에도 확률형 아이템 과금에서 벗어난 다양한 신작 시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니지 개발사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역시 내달 7일 출시되는 최고 기대작 PC게임 ‘TL’에 확률형 아이템을 제외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대신에 배틀패스를 도입하고, 동일 등급 장비의 강화 레벨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 전승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존 리니지와 차별화된 BM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월 출시한 모바일 퍼즐게임 ‘퍼즈업’ 역시 게임 내 광고도 도입하지 않는 등 과금을 유도하지 않는 착한 BM으로 이용자 호평을 받았다.
넷마블은 지난 9월 출시한 방치형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다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제치고 구글 매출 2위에 올라서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게임은 게임 내 광고 제거 월정액을 도입하는 새로운 BM으로 안정적인 매출 창출에 성공했다.
아예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패키지 게임 도전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오위즈 PC-콘솔 게임 ‘P의 거짓’이 출시 한 달 만에 100만장 판매에 성공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글로벌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이미 공개해왔던 만큼 규제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게임사들 반발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 수긍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려는 게임사 노력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자율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시행령을 따르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게임산업이 위축되고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거나 운영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문체부 역시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이용자 보호'라고 강조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문체부에 확률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폐단을 바로잡을 것을 지시하는 등 규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다만 국내 지사가 없는 해외게임사의 경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차별을 가져온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중국 게임사를 비롯한 일부 해외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해외 게임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토록 하고 구체적 준수사항을 규정한 ‘해외게임 국내대리인 지정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대리인이 지정되면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사업자 의무 및 금지사항 준수,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 확률형 아이템의 표시,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 등의 의무가 부여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전병극 제1차관은 “국회에서 국내 대리인 제도 마련 법을 이행하기 위한 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 이 부분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면서 "우선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구글, 애플, 삼성전자 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협조를 요청해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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