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떨어지나… 엔화 가치 33년 만에 최저치 근접
엔화 보유액 2022년보다 17억달러↑
5대銀 엔화예금 열흘새 4300억↑
엔화 ETF는 연초보다 ‘마이너스’
전문가들 “당분간 엔화약세 지속”
일본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33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고, 엔·원 재정환율도 870원대로 내려앉았다. 통화정책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는 상반된 일본 중앙은행(일본은행)의 상대적 완화 행보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엔화 가치 하락 장기화에 국내 금융시장에선 자금이 ‘엔화’로 이동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환차익을 노린 투자다. 반면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일학개미’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곧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예상외의 엔저 현상 장기화로 울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화 환율을 추종하는 상품인 ‘타이거(TIGER) 일본엔선물 ETF’의 경우 연초 대비 이날까지 수익률이 -8.83%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76억원을 순매수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는 제한적으로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8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한국의 수출단가는 0.12%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02% 증가하면서 수출금액은 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을 높이려는 일본은행의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엔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8%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압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데 기업들은 이미 저항을 체감하고 있어 구조적 저물가 탈피를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상황”이라며 “최대한 점진적인 시장 금리 정상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대적 고평가 현상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 등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보다는 900원대로 재차 수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도형·안승진·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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