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즐길 수 있나요...팬들과 함께해야죠
LG, 29년 기다린 팬들 위해 ‘그라운드 축승회’
프로야구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확정지은 뒤, 잠실야구장엔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그라운드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 모습들이 뒤섞였다.
흔히 ‘축승회(祝勝會)’라 불리는 행사를 연 것이다. 이런 우승 잔치는 그동안 선수 대기실이나 구장 식당 같은 공개되지 않은 장소나, 경기를 마무리하고 인근 숙소로 이동해 여는 게 통례였다. 지난해 우승팀 SSG는 우승 확정 이틀 뒤인 10일 연고지 인천에 있는 영종도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우승 축하연을 열었고, 그 전해 KT는 당일 0시에 숙소로 썼던 독산동 노보텔에서 축승회 행사를 가졌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라커룸에서 자기들끼리 샴페인을 터뜨리며 우승 쾌감을 나눈다. 팬들은 방송 화면을 통해서나 그 현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LG는 이날 달랐다. 2만여 관중이 거의 다 남아 29년 만의 우승 여운을 즐기던 그 자리에서 약식 ‘축승회’를 가졌다. 그 이유에 대해 LG 구단은 이렇게 설명한다. “(다시 우승하는 데) 29년 걸렸잖아요. 1994년 우승을 지켜봤던 팬들은 부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다들 지난한 세월을 지나왔어요. 1997년 IMF 국가 위기도 겪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직도 LG 팬으로 남아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죠. 그런 분들과 함께 모두 축배를 들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이런 방식에 대해 구단은 선수들과 의논했고 다들 흔쾌하게 동의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도는 동안 불꽃 쇼도 멈추지 않았다. 이 불꽃 쇼를 위해 구단은 수천만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과 선수, 구단 관계자들이 어우러진 이 약식 축승회는 늦은 밤 1시간 넘게 이어져 11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수많은 팬도 다들 뭉클한 감동을 공유했다. LG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유광 잠바를 입고 서울 목동에서 온 이경희(35)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팬이었다. 여태까지 팀이 준우승한 것만 봤다”며 “제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올 한 해 너무 행복했다”고 웃었다. 이씨 아내 정혜영(36)씨는 “2차전 때도 (남편과) 경기장에 왔었는데, 그때 나이 많으신 부부들이 자식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오셨더라.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29년 한풀이 행사를 이대로 마칠 수는 없는 법. LG 구단은 이날 경기 후 구장 인근 잠실새내역 고깃집에서 간단한 뒤풀이로 ‘예열’했다. 구단주인 구광모(45) 회장도 들렀다. 그러나 진정한 뒤풀이 ‘정식 축승회’를 17일 전후 치를 예정이다. 장소는 종전에 비슷한 행사를 주로 치르던 I호텔이 아닌 서울 강서구의 LG사이언스파크로 결정했다.
이곳은 야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고(故) 구본무 회장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일부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단지. 그 의미를 살리자는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차명석(54) LG 단장은 “구본무 회장님께서 LG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조성한 단지로 뜻깊은 장소”라며 “고인 업적을 기리고 생전 염원했던 우승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장소를 여기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 유명한,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위해 마련된 롤렉스 시계 전달식을 진행하고, 아와모리 소주도 봉인을 해제해 30년 가까이 묵은 소주 맛이 어떤지 음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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