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인생의 두 가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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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초콜릿.
코코아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람에 찬 기운이 실리면 나는 유독 코코아가 당긴다.
오늘도 머그잔에 초콜릿 파우더 한 봉을 털어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가루가 짙은 갈색 액체로 완전히 변할 때까지 휘휘 저어 코코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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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라이언이 좋아서 아마도 몇백 번쯤 봤을 영화 '유브 갓 메일'에도 코코아 얘기가 나온다. 뉴욕에서 엄마가 물려준 유산인 작은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캐슬린(맥 라이언)은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하자 이렇게 읊조린다. "지금 엄마가 나한테 코코아를 만들어주면서 모든 게 잘 해결될 거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코코아는 내게도 그렇다. "모든 게 잘 될 거야"라고 토닥여주는 맛. 따뜻한 한 잔이 달콤하고도 씁쓸한 게 참 맘에 든다. 단 맛을 원한다면 쓴 맛도 알아야 한다는 속깊은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인생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스로도 겸연쩍어질 만큼 순해질 때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깊이 생각할수록 이치에 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특히 감정적 차원에서 그렇다. 예를 들어 기쁨을 알려면 슬픔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기쁜 상태를 제대로 느끼려면 슬픈 형편에 푹 빠져봤어야 한다. 지금 크게 슬프다면 과거에 크게 기뻤거나 나중에 크게 기쁠 일이 남은 것이다. 같은 일도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되고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는 것. 그건 쉽게 말해 슬퍼 본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결국 공평하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슬픔의 양이 마침내 같아진다는 얘기다.
달콤함의 관점에서 씁쓸함은 결함이고 결핍이다. 하지만 그 쓴 맛이 단 맛을 극대화해준다. 니체의 '즐거운 학문' 속 한 구절을 읽었다. "즐거움과 고통이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 중 하나를 가능한 한 많이 가지길 원하는 사람은 다른 하나 역시 가장 많이 가져야만 한다"고 했다. 행복과 고통은 같은 크기로 붙어다닌다는 메시지다. 큰 즐거움을 원한다면 큰 고통도 각오하라는 공평한 주문이다.
"고통은 언제나 또다시 승리와 얽혀 있었다."('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니체의 구혼을 거절했던 독일 작가 루 살로메는 니체를 그렇게 설명했다. 니체
와 지성적 교제를 나눴던 살로메는 니체의 사유적 성취가 고통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니체는 평생 편두통과 안질 등을 앓았고 정신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물리적 고통을 견딘 만큼 정신적으로는 빼어났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결론은 달콤씁쓸한 생에 대한 긍정이었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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