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 대구백화점 인수 나선 목적은?... 로컬 건설사와 2파전 양상

노자운 기자 2023. 1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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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렬 차바이오그룹 총괄회장(왼쪽),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오른쪽). /조선DB

차바이오그룹이 대구백화점 경영권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 동성로의 본점 부동산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차바이오는 대구백화점 본점 자리에 ‘차움’과 같은 VIP용 복합 의료 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차바이오 외에도 지방 건설사 한 곳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물밑 경쟁 중인 만큼, 어느 쪽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지에 따라 대구백화점의 새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은 경영권 매각을 결정짓고 현재 일부 원매자들이 실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백화점은 앞서 지난 10일 조선비즈 보도([단독] 대구백화점 경영권 매각… 차바이오그룹 최근 실사)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백화점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차바이오그룹이다. 계열사 차헬스케어가 주력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차헬스케어는 그룹 지주사 격인 차바이오텍이 지분 56.53%를 보유한 자회사다.

차바이오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대구백화점은 사실상 부동산 빼고 볼 게 없는 회사”라며 “차바이오가 대구백화점을 인수한 뒤 동성로 본점 자리에 ‘차움’과 같은 VIP용 종합 헬스케어 센터를 짓는 걸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움은 청담동에 있는 고급 의료 기관이다. 건강검진, 외래진료,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피트니스센터, 한의원 등을 한 건물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고급 마트 SSG푸드마켓까지 입점해 부유한 고령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의료 서비스와 피트니스 회원권이 포함된 ‘프레스티지’ 등급 회원의 경우, 입회금 1억원에 연회비 1030만원을 내야 2년 동안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차움 건물도 가족 회사 KH그린을 통해 직접 소유하고 있다. KH그린은 차광렬 차바이오그룹 총괄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99.9%를 보유한 회사다. 그중 차 회장 장남인 차원태 차병원 부사장의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대구백화점 소유의 알짜 부동산이 목적일 수도 있다. 부동산을 쪼개 팔고, 상장법인은 차바이오그룹 산하 계열사와 합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의료법인치고는 많은 M&A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업체 미래산업 인수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현재 양측이 논의 중인 대주주 지분(32.25%)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3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대주주 지분 가치는 약 1047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4일 종가 기준 1346억원)의 78%다. 10일 경영권 매각 소식이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시총(1222억원)의 86%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IB 업계에서는 “아무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었다 해도 지나치게 비싼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부동산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대구백화점 입장에서는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앞서 대구백화점은 지난해 부동산개발업체인 JHB홀딩스에 본점 부동산을 2125억원에 매각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차바이오그룹은 부동산 자산만이 아닌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인데, 대구백화점의 부채가 워낙 많다 보니 가격이 1000억원대로 낮아진 것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구백화점의 부채총계는 2700억원이 넘었다.

지방 건설사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것도 차바이오그룹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로컬 건설사들 중에는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외부에서 파악조차 못 하는 곳들도 꽤 있다”며 “결국 어느 쪽이 더 높은 가격을 적어 내느냐에 따라 대구백화점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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