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범죄→클럽 해프닝→음주운전' 롯데의 기강은 어디갔나…스타병 물들고 군기반장 없는 팀의 민낯
[OSEN=조형래 기자] ‘야구는 못하더라도 선수들은 사고치지 않고 착하다’라는 ‘웃픈’ 우스갯소리도 이제는 할 수 없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3년,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연달아 사건사고와 해프닝에 휘말리면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쩌면 스타병에 물들고 이제는 군기반장 없는 팀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태형 신임 감독 아래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는 또 한 번 소속 선수의 비위소식을 전해야 했다. 내야수 배영빈(23)이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대리기사가 잘 찾을 수 있도록 골목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300m 가량 몰았는데 이때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배영빈이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구단도 뒤늦게 파악을 해야 했다. 구단은 “자진신고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배영빈의 음주운전 소식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전달했다. KBO 차원의 징계는 당연하고 구단 차원의 내부 징계위원회도 열 예정이다.
KBO는 지난해 6월 음우운전에 대한 제재규정을 정비했다. 제재 대상을 면허정지, 면허취소, 2회 음주운전, 3회 이상 음주운전 4가지 행위로 계량화하여 보다 간명하게 규정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의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 규약 조항에 의해 바로 제재가 부과된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경우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경우는 1년 실격처분, 2회 음주운전 발생시 5년 실격처분, 3회 이상 음주운전 발생시 영구 실격처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배영빈의 경우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진 상황이기에 별도의 상벌위원회 없이 1년 실격처분이 내려질 것이고 2024년 배영빈은 KBO리그 무대에서 뛸 수 없다.
배영빈은 서울고 홍익대를 졸업하고 올해 육성선수로 입단한 내야수다. 퓨처스리그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3리 2홈런 21타점 12도루 OPS .619의 기록을 남겼다. 퓨처스리그에서 날렵한 스텝과 움직임으로 2군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받았고 잠시 1군 투어를 한 뒤 5월,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데뷔전은 8월 20일 고척 키움전. 이날 배영빈은 4타수 3안타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9월 4일 1군에서 말소됐고 16일 다시 콜업된 배영빈은 이후 대주자와 대수비로 경기를 주로 나서면서 1군에서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18경기 타율 3할1푼3리(16타수 5안타) 1도루 OPS .791의 기록을 남기며 2024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순간의 착오로 데뷔와 동시에 선수 커리어가 위기에 빠졌다. 마무리훈련 명단에서도 곧바로 제외됐다.
롯데는 최근 선수들의 비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배영빈도 사회적 인식이 날로 심각해지는 사안인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면허취소까지 됐다는 점, 또 구단에 곧바로 자진신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서준원의 사례처럼 퇴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둔 3월, 미성년 대상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던 서준원을 퇴출시켰다.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이었지만 결단을 내렸다. 서준원은 지난해 8월에 범법 행위를 했고 12월에는 검찰 수사까지 넘어갔다. 서준원은 이 과정을 구단에 전혀 알리지 않았고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무리수를 범했다. 서준원은 이 기간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파견, 스프링캠프까지 모두 소화하며 태연하게 야구를 하고 있었다. 롯데 구단은 해당 소식을 듣고 서준원을 계속 추궁했지만 끝까지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날에도 구단에 거짓말을 하고 잠시 팀을 떠나기도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불구속 처분이 내려졌지만 구단은 끝까지 범죄는 물론 수사 사실까지 서준원의 행동 자체에 배신감을 느꼈고 가차없이 철퇴를 내렸다. 서준원은 지난 9월13일 선고 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더불어 40시간의 성 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120시간 사회봉사 명령, 5년 간 아동 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서준원과 배영빈 모두 2000년생으로 올해 23세의 어린 선수들이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해서 잠재력을 꽃피워야 할 시기, 야구에 집중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에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구단의 명예를 실추했고 분위기를 흐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외부 베테랑 코치들을 영입하고 훈련량도 대폭 늘리는 등 뼈를 깎는 쇄신을 시도하고 있었고 서준원도 체중을 대폭 감량하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서준원의 허망한 퇴단은 롯데를 모두 허탈하게 만들었고 전력의 공백도 생기게 했다. 배영빈 역시도 박준혁 신임 단장과 김태형 신임 감독, 그리고 새로운 코칭스태프들이 변화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였다. 열정적을 새출발을 하려고 했지만 신진급 선수의 물의로 분위기가 흐려졌다.
아울러 롯데의 올해 발견이었던 신예 선수들인 손성빈(21) 윤동희(20) 김민석(19)이 9월 중순, 낮경기를 치르기 전날 밤에 클럽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범법행위가 아니라 사생활의 영역이었고 자기관리 영역에서의 해프닝이었지만 당시 선수단 내부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으로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서 신진급 선수들이 때아닌 구설에 휘말렸다. 롯데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내부적으로 이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2군 강등 등의 징계도 고려했지만 비교적 큰 액수의 벌금 징계를 내리며 강경하게 대처했다.
법적이고 윤리적인, 그리고 프로 의식적인 면에서 문제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모두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다. 해이해진 기강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롯데 선수단 내부에서는 선수단을 강하게 휘어잡을 수 있는 군기반장 격의 선수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는 과거부터 군기가 강한 편에 속한 팀이었다. 최근의 사례는 조성환 홍성흔 이대호 강민호 등이 군기반장 역할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선수단의 기강을 유지했다.
그러나 롯데는 최근 세대교체와 선수단 개편이 이뤄지면서 중간급 선수들이 줄었다. 최고참 전준우와 올해 주장 안치홍 모두 강한 카리스마보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고참 역할을 하고 있다. 군기반장 스타일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성향이 깃든 리더들이었다.
프로 선수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군기는 필요하다. 세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선수들의 성향이 바뀌어도 이는 프로선수로서 기본으로 여겨지는 덕목이다. 젊은 선수들이 환호해주는 팬들의 모습을 보며 도취되곤 한다. 팬들은 1,2군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아이돌’처럼 대우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이 대목에서 도취도리 경우 흔히 말하는 ‘스타병’의 단계로 접어든다. 실제로 ‘스타병’에 걸렸다고 표현해도 무방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지난 1년의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김태형 감독이 취임과 동시에 내뱉은 일침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난 뒤 젊은 선수들을 꼬집으며 “이제 막 1군에서 뛰기 시작해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는 것 같다. 두산에 있을 때부터 계속 얘기했지만 내년에 올해보다 더 잘 할 것 같다라는 건 완전한 착각이다.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준비를 잘해야 한다.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 선수들은 야구로 몸을 만들어와야 한다. 그러면 준비를 정말 잘해야 한다”라며 “전준우나 안치홍 같은 베테랑은 겨울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자기 몸을 만들지만, 어린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던지고 치는 것 등 야구로서 몸을 만들어와야 한다. 이 점을 신인급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풀타임 시즌에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되고 더 발전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를 말했다.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광수 벤치코치도 ‘스타병’의 위험성을 역설하면서 “이대호 정도는 되어야 스타다. 요즘은 그라운드에서 대타만 나오더라도 스타병에 걸린 것 처럼 행동하더라”라면서 “기록이라는 게 따라와줘야 한다. 이대호처럼 꾸준히 쌓은 업적이 있어야 알아주는 것이고 스타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아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우고 등번호를 봐도 알 수 있고 플레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라면서 젊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꼬집었다.
선수단의 연이은 사건사고와 비위, 그리고 사생활 문제 등은 결국 내부 기강 단속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시즌 중반에는 선수단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사이의 불화설도 있었다. ‘엘롯기 동맹’으로 불리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KIA와 LG 각각 2017년, 그리고 올해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롯데는 선수단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단이 할 수 없다면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나서야 한다. 이 분위기를 다시금 어떻게 다잡느냐가 박준혁 단장과 김태형 감독의 갑작스러운 당면 과제가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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