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0% 치솟은 성장주, 갑자기 ‘고배당’ 발표... 주주들은 “사업이나 잘해라”
배당수익률 1% 안돼... 주가 부양 효과 미미할 듯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미반도체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도 안되는 수준인 데다,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배당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 주주들 입장에서 썩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올해 한미반도체 주식은 연초 대비 400%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말 1만190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14일 기준 5만9500원을 기록했다. 미국 엔비디아가 이끈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주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실리콘관통전극(TSV) TC 본더 장비(TCB)를 공급하는 업체다. TCB는 AI 성능을 결정짓는 고대역폭메모리(HMB)반도체 생산에 쓰인다. 주주들은 배당수익률 기준으로 1%도 되지 않는 배당을 사상 최대라고 포장해 발표하는 것보다, 본업에 더 집중하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0일 장 마감 이후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12억원, 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영업이익 105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반도체는 13일 올해 주당 42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시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배당’이 무색하게도, 실적 부진에 이날 한미반도체 주가는 12% 급락했다. 이를 두고 주주들은 ‘성장에나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한 주주는 “배당이 주당 400원인데, 어닝 쇼크로 하루 만에 주가가 8500원이 떨어졌다”면서 “4분기 실적이나 잘 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상 최대의 배당’이라고는 하지만, 유가증권상장사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미반도체의 배당금 총액은 약 406억원이다. 14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0.7% 수준이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것으로, 현재 주가에 주식을 사면 배당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낸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보통주의 평균 배당 수익률(시가 배당률)은 2.7%로, 한미반도체의 배당수익률은 이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1년(1.7%)과 2022년(1.6%) 기록한 배당수익률보다도 현저히 낮다.
배당수익률이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인 만큼, 주가가 오르면 배당금이 같은 비율로 오르지 않는 이상 배당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배당 수준을 평가하려면 배당수익률보다는 배당성향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배당성향은 총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얼마나 주주들에게 돌려주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미반도체의 배당성향도 평균 이하다. 14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미반도체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932억원이다. 지난해(923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미반도체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제하면, 올해 배당성향은 21%다. 지난해 배당성향(21%)과 같은 수준이고, 2021년(28%)보다는 7%포인트(P) 낮다. 2021년 한미반도체는 주당 600원 배당금(총 배당금 296억원)을 지급했고, 10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현금배당 법인의 평균 배당 성향은 35.07%다.
한미반도체는 앞으로 배당성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지난 10월엔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결정했다. 한미반도체의 최대주주인 곽동신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7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38만주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 곽 부회장은 3495만1250주를 보유해 지분율 35.91%를 기록했다. 곽 부회장이 추가로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다면, 올해 곽 부회장이 받을 배당금은 146억7952만원에 달한다.
한편, 배당이 확정되는 배당기준일은 내년 3월 7일이다. 2024년 3월 5일까지 한미반도체 주식을 갖고 있다면 주당 420원의 현금 배당을 받는다는 의미다(결제에 2거래일 소요). 원래 한미반도체 배당기준일도 다른 12월 결산법인처럼 12월 31일이었으나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준일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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