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가라" 악순환의 '불편한 진실', 칼빼든 K리그…원정팬 차별 금지 규정 신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칼을 빼들었다. 프로연맹은 최근 2023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어 원정 응원석 관람편의 차별 금지 규정을 심의 의결했다. 올 시즌 K리그는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K리그1은 36라운드까지 228만6110명이 입장했다. 평균관중 1만584명을 기록, 역대급 흥행 잔치를 벌였다. 유료관중 집계 도입이 시작된 2018년 이후 2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원정 열기도 한몫했다. '현대가 더비'인 울산과 전북의 개막전부터 원정석 티켓이 매진됐다.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 원정석 규모가 크지 않아 홈팬 좌석보다 더 빨리 매진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올해 K리그1 기준 원정 관중은 19만7793명이다. 평균 916명으로 전체 관중의 1/10 수준이다. 원정 관중을 가장 많이 수용한 구단은 FC서울로 3만7349명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2075명이다. 원정 관중이 가장 많은 구단은 전북(3만2304명·평균 1795명)이었다. 울산(2만7769명·평균 1543명)과 수원 삼성(2만7065명·평균 1504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20년 신설된 원정 응원석 관련 기존 규정은 이미 색이 바랐다. 단순하게 ▶경기장 전체 좌석 수 중 최소 5% 이상 원정팀 응원 관중에 배분 ▶원정팀이 경기 개최 일주일 전까지 추가 좌석 분배를 요청할 경우 홈팀과 협의해 결정 ▶원정 응원석의 출입문, 화장실, 매점 시설 등은 독립적으로 사용 등으로 국한됐다. 원정 응원석 최소 5% 기준은 유럽 주요 리그 규정을 따랐다.
특히 골대 뒤 중앙 좌석을 비워놓고도 관람 시야가 불편한 경기장 모서리 쪽으로 원정석을 배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빈자리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추가 좌석을 미판매해 과도하게 밀집된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가격의 경우 25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홈 관중석과 같은 조건임에도 원정석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결국 상대팀의 원정 팬에게 불편한 좌석을 제공하면 그 상대팀은 홈경기에는 더욱 불편한 좌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람환경 전반의 '하향평준화'가 발생했다.
프로연맹은 원정석에 대한 차별은 관람 만족도를 저하시키고, 경기장 재방문 의향을 감소시킬 것을 우려했다. 올해 대표자 회의와 각 구단 실무자들을 통해 원정석이라는 이유로 제한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동일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공감대가 형성됐고, '원정 응원석 관람 편의 차별 금지 규정'이 신설됐다.
앞으로 홈 구단이 좌석 여유에도 불구하고 원정 관중을 좁은 구역에 과밀하게 수용하거나 관전 시야가 나쁜 곳으로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의결했다. 홈 좌석이 매진이 아닐 경우 원정 구단의 좌석 추가 요청에도 성실히 응하도록 했다. 원정석 가격도 같은 조건의 다른 좌석보다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프로연맹은 "홈팬과 원정팬 모두의 관람 편의를 증진시키고 팬 친화적인 환경을 마련해 K리그 흥행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은 시즌 동안 관련 규정 개정 취지와 구체적인 시행 방법 등을 구단에 적극적으로 알려 그동안 원정팬 관람환경의 불편이 있었던 곳들은 신속하게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이 없는 K리그는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팬 친화적인 K리그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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