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춧값 내렸지만 양념비 증가에 식당 사장님들 김장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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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저부터도 김장을 안 할 거예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6일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이 지난해 대비 9.4% 저렴하다고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김장철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할인 지원, 공급 확대 등을 총동원해 국민이 부담하는 김장 비용을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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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올해는 저부터도 김장을 안 할 거예요."
김장철을 앞둔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방앗간을 운영하는 장준욱씨는 연신 건고추가 든 분쇄기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면서 '김장 특수'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김장 필수 품목인 고춧가루를 판매하고 있지만 자신부터도 올해 김장 포기를 선언했다.
14일 오후 찾은 용문시장에선 김장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나 배추를 사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금 집엔 팔리지 않은 소금 부대가 천장까지 쌓였다.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김장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상공인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한국물가협회가 집계한 올해 김장 재료 구입비용은 4인 가족 기준 35만520원으로 지난해보다 2.8% 줄었다. 주요 품목인 배추가 가을배추 작황 호조와 출하량 증가로 지난해 대비 6.2% 저렴해졌고 무도 양호한 작황으로 가격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6일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이 지난해 대비 9.4% 저렴하다고 발표했다.
김장 재료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의 체감은 달랐다. 장씨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고춧가루 값은 올해 20%는 비싼 것 같다"며 "20근 치 고춧가루를 빻으려 가져오던 손님들도 이젠 5근, 3근 정도씩만 가져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곽선일씨(63)도 "전반적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무와 배추는 비슷하거나 조금 싸졌다면 대파는 2배 이상 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재료를 사서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와 식당 운영자들도 낮아진 김장 물가를 체감하지 못했다. 시장의 한 순댓국집 운영자는 "엊그제 파를 10단에 5만원 주고 샀다"며 "마늘이고 양파고 안 오른 품목이 없어 물가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런 체감 물가 속에서 김장 시기를 유보하는 소상공인도 있었다.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허강회씨(52)는 "아직 김장 전이라 가격 추이를 지켜보다가 물건을 들여오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춧값은 좀 내린 것 같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김장 비용이 10~20%는 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4년째 시장에서 김치가게를 하는 70대 김모씨도 "지난해보다 김장 비용이 최소한 20%는 비싼 것 같다"며 "시장에서 김치를 찾는 사람 자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일 '2023년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확정하고 김장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배추, 무, 고춧가루, 대파 등 농산물의 경우 수입산을 포함해 정부비축물량 1만1000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김장철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할인 지원, 공급 확대 등을 총동원해 국민이 부담하는 김장 비용을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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