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복현의 마지막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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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감독원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복현의 금감원이지, 금감원장 이복현은 아니다"라는 표현도 한다.
이 원장 이후에도 금감원이 지금처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두 번의 정기인사로 금감원 개혁을 완성한 이복현 원장의 다음 미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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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감독원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단적인 예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금감원 전격 방문이다. 불법 사금융 범죄를 "강력 처단하라"며 찾은 민생 현장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실세 장관이 총출동했다. 대통령이 여의도 금감원을 찾은 건 12년 만이다. 그때와 달리 불법사금융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금감원 임직원을 독려하는 성격도 있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금감원 본사 1층 '포토라인'에 세운 것(지난달 23일)도 보기드문 광경이다. 금감원 직원들로 구성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대기업 총수를 부른건 금감원 역사상 처음이다. 15시간 40분 동안 김 의장을 조사한 특사경 실장(부서장)은 이 원장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발탁한 40대 부서장이다. 금감원 세대교체의 상징적 인물이다.
국정감사(지난달 27일)에서 이 원장의 태도논란(?)도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관전 포인트였다. "윤석열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야당의원 질타에 이 원장이 "전 정부가 용인한 것"이라고 응수한다. "경제성장률(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 정부보다 큰 폭 떨어졌다"고 반박도 한다. 원래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향한 질문이었다. 나란히 앉은 이 원장이 발언권도 얻지 않고 불쑥 끼어든 셈이다. 가계부채 '정책'에 금감원장이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면박이 날아왔다.
'금융위에 눌리고', '검찰 눈치 봐 왔던' 금감원이 아니었다.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 불법 공매도 조사 등 굵직한 이슈가 검사 중간에도 공개됐다. "결론도 안 났는데 막 공개해도 되나" 염려하는 직원도 없지 않지만 이 원장은 "고참 검사역들의 관행"이라며 되레 발빠른 대응을 주문한다. 논란은 있지만 '일 하는 조직'이라는 금감원 이미지가 더 선명해 진 건 사실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부 개혁에도 고삐를 좼다. 내달 초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를 한다. "인사는 메시지"라고 강조하는 이 원장은 지난해엔 세대교체, 올해는 성과주의를 꺼냈다. 나이가 아닌 능력으로 밀려나는 '성과주의'는 이전보다 훨씬 혹독하고 냉정할터다. "저성과 국장을 평가하겠다"는 이 원장의 선언도 있었다고 한다. 업권간 칸막이를 치워 감독국을 통합하고 검사국을 1~4국으로 전환, 기동력 있는 조직으로 확 바뀐다.
이같은 안팎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직원들은 '이복현 이후의 금감원'을 걱정한다. 이 원장 '개인기'로 가능했던 무수한 성과들이 그가 떠난 이후 급속히 동력을 잃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복현의 금감원이지, 금감원장 이복현은 아니다"라는 표현도 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정책(금융위)과 감독집행(금감원) 상하구도 하에서 '감독'이 아닌 '정책'에 소신발언하는 원장이 또 나올까. 이 원장 이후에도 금감원이 지금처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두 번의 정기인사로 금감원 개혁을 완성한 이복현 원장의 다음 미션을 기대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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