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와신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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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정로에 우뚝 선 종근당빌딩은 한동안 이곳의 랜드마크였다.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이 1941년 종근당을 설립한 이후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신약개발을 주도해온 이장한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생각하면 아마도 이번에 벌어들인 수천억 원의 기술수출료는 종근당의 또 다른 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에 투자될 것이다.
수십 년을 기다린 이장한 회장의 뚝심을 생각하면 종근당이 또 다른 성공을 거둘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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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정로에 우뚝 선 종근당빌딩은 한동안 이곳의 랜드마크였다. 오렌지색의 독특한 이 건물은 1980년 준공된 이후 한참 동안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요한 건물로 대접받았다. 대형 스크린에 번쩍이는 '펜잘' 광고를 내보낸 이 빌딩은 종근당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종근당의 부침은 제약산업과 궤를 같이한다.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이 1941년 종근당을 설립한 이후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의약품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고 다른 제약사들이 그렇듯 종근당도 성장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을 때 제약사들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영업만 잘하면 먹고살 만하던 환경은 제약사들에 독이 됐다. 의사, 혹은 약사들을 상대로 불법영업을 하면 매출성장이 보장된 시절이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리베이트 영업을 단속하면서 제약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어렵지 않게 매년 매출성장을 기록한 것도 옛말이 됐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눈을 돌린 것도 이때쯤부터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낸 것은 한미약품이다. 2015년 이후 한미약품은 몇 건의 조단위 기술수출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일부는 기술수출이 반환되긴 했지만 한미약품은 연구·개발을 이어갔다.
이번 대형 기술수출을 발표하기 전까지 매년 매출의 10% 정도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종근당은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캄토벨, 듀비에 등 두 개의 신약을 개발하고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등 수많은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마음이 조급해질 법 하지만 종근당은 차분히 때를 기다린 듯하다.
종근당은 지난 6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신약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달러(약 1조7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종근당의 이번 기술수출은 중요한 의미를 몇 가지 지녔다. 먼저 계약상대방이 노바티스라는 글로벌 제약사란 점이다. 그리고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8000만달러(약 1061억원)로 전체 계약의 6%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계약은 종근당의 연구·개발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더 나가 제약사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으로도 평가된다. 바이오기업에 밀려 한물갔다는 평가를 되돌려 아직은 제약사가 제약·바이오산업의 맹주임을 보여준 것으로도 읽힌다.
제약사들은 바이오기업보다 신약개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제약사의 안정적인 매출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쌓은 연구·개발능력과 인적자원은 신약개발의 자양분이 된다. 신약개발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오너경영체제도 신약개발엔 도움이 될 것이다. 수천억 원의 개발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쉬운 일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을 주도해온 이장한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생각하면 아마도 이번에 벌어들인 수천억 원의 기술수출료는 종근당의 또 다른 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에 투자될 것이다. 선두에 선 리더가 큰 그림을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이 이를 잘 실행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수십 년을 기다린 이장한 회장의 뚝심을 생각하면 종근당이 또 다른 성공을 거둘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종근당은 어두운 터널을 견디고 견뎌 결국 빛을 봤다. 이런 성공경험은 종근당이 더 큰 성공을 거두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종근당의 와신상담은 다른 신약개발 기업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맞다는 것이 또다시 입증됐기 때문이다.
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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