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뚫고 간다" 현대차의 전기차 자신감…그래도 살필 것들
수익성 제고 위해 하이퍼캐스팅·배터리 내재화 준비…소프트웨어 고도화도 절실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전기차 시장이 둔화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략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전기차 퍼스트무버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자신감, 필연적인 시장 확대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부족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소프트웨어 성능을 갖춰야 시장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 (전기차 투자를 이어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약 2조원이 투입되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로 2025년 완공돼 2026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최근 전기차 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철수하는 여타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포드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120억 달러(약 16조원)의 투자 지출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GM도 내년 생산 예정이었던 전기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뒤로 미뤘고, 폭스바겐은 2026년 독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매년 크게 뛰어오르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올해는 주춤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된 것은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 탓도 있다. 일부 얼리어답터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도 전기차를 구매했지만, 대량의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이 꺼려진다.
이에 전기차 치킨게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을 25%가량 인하하면서 시장점유율 사수에 나섰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하는 출혈도 감수하고 있다. 여기에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보급형 전기차도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GM은 3000만원대 중형 SUV 전기차 이쿼녹스EV를, 폭스바겐은 3000만원대 소형 SUV 전기차 ID.2 올 콘셉트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도 저렴한 전기차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기아(000270)는 지난 10월 EV데이에서 보조금을 포함하면 3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전기차 EV3, EV4, EV5 등을 공개했다. 또 현대차는 내년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전기차의 수익성이다. 전기차 가격의 40%가량은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내연기관보다 높은 가격의 원인도 배터리 탓이다. 현재도 업계에서는 전기차는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라는 평가인데, 가격을 내리면 수익성은 더욱 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하이퍼캐스팅·배터리 내재화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현대차판 기가캐스팅으로 불리는 하이퍼캐스팅은 금속 패널을 한번에 찍어내 용접 과정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공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하이퍼캐스팅 도입을 계획 중인데, 울산 전기차 공장 양산 개시와 유사해 울산 공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국내 중견 기업들과 협력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배터리 회사로 시작했던 BYD가 전기차 생산에서 공급망 수직계열화의 이점을 누린 것과 유사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타 완성차 업체들과 다르게 현대차 그룹은 전기차 상품성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적어도 테슬라 다음의 2위 자리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도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킨게임을 견디고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고도화 전략을 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수준이 테슬라는 물론 중국 업체들보다도 뒤진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도입의 가속화와 함께 자동차의 부품 역시 빠르게 '전장화'되어 가고 있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은 필수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출시되는 전 차종을 SDV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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