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의 로컬리즘] 로컬투입형 신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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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멋지게 성장해왔다.
멈춰 선 생산여력에 맞서 건재한 성장욕구를 실현해줄 신(新)자본주의를 풀어내라는 요구가 강하다.
'인구증가→성장탄력'의 노동·자본 투입형 전통 모델이 아닌 '인구감소→지속성장'의 신자본주의 생산함수를 기대한다.
고성장의 과거 동력을 이어나갈 추가적인 투입 화력은 한국만의 익숙한 경험이자 도전에 가까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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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로에 전세계 주목
저성장·재정난·인구절벽
3중고 뚫을 성장엔진은?
도시에 밀렸던 ‘로컬파워’
지역의 무궁무진한 자산
청년·혁신 만나 도약 가능
한국은 멋지게 성장해왔다. 압축적 고도성장으로 자본주의가 자랑함 직한 최고의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선진국 그다음의 경로 확보라는 숙제가 주어져서다. 멈춰 선 생산여력에 맞서 건재한 성장욕구를 실현해줄 신(新)자본주의를 풀어내라는 요구가 강하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선행주자는 없다. 저성장·재정난·인구병이라는 선진국 트릴레마(3가지 딜레마)는 한국만의 최초 사례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 관심 국가가 됐다. 제로성장 혹은 역성장이 예고된 선진국의 공통 고민을 뒤늦게 뛰어든 한국이 다 껴안은 결과다. 한국이 풀어내면 지속가능한 포스트 자본주의의 특허 보유국이 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선진국→개도국’의 첫번째 추락국가가 될 처지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한국의 인구 대응에 부쩍 주목한다. 인구 공급 없는 지속성장의 신모델을 한국이 풀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인구증가→성장탄력’의 노동·자본 투입형 전통 모델이 아닌 ‘인구감소→지속성장’의 신자본주의 생산함수를 기대한다.
한국형 인구소멸 대응 논리는 국내 이슈를 넘어선다. 좀 과장하면 전 인류의 지속가능 연구 테마로 올라선다. 주지하듯 자본주의는 1.0버전(고속성장) 이후 고장 난 성장모형으로 퇴색됐다. 금융위기 등 탐욕·격차만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뉴노멀로 채색될 2.0버전(지속발전)은 선진국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인류 미래의 바로미터에 가깝다. 총체적 난제가 왜 우리에게 주어졌을까 속상해할 일은 없다. 영광스러운 과업이자 회피할 수 없는 카드다. 어쩌면 한국 사회의 위기 탈출과 사상 초유의 미래 질서가 재편될 찰나다.
중요한 건 퀀텀점프(대약진)다. 한국이 써내려갈 선진국형 신자본주의는 계단을 뛰어넘듯 파격적인 도약 전략일 수밖에 없다. 요소 투입에 비례해 부가가치가 나오던 단순 셈법은 끝났다. 요소 투입 없는 지속성장은 고정관념 이상의 발상 전환이 전제된다. 다행인 건 1.0버전의 모범국인 한국이면 그나마 실현 확률이 높다는 기대감이다. 고성장의 과거 동력을 이어나갈 추가적인 투입 화력은 한국만의 익숙한 경험이자 도전에 가까워서다. 서울대학교 공대 26명의 석학들이 저술한 ‘축적의 시간’에 따르면 1단 로켓의 성능을 받아줄 2단 로켓의 점화에 심혈을 쏟을 때다.
문제는 선진국은 물론 인류사조차 최초로 맞닥뜨린 전대미문의 혁신 실험이란 점이다. ‘후진국→개도국→선진국→○○국’인 까닭에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답게 묘사도 훈수도 불가능하다. 성장함수의 노동(L)과 자본(K)을 대체할 혹은 별건의 요소 투입 없이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엉뚱해서다. 그럼에도 갈 수밖에 없다면 제대로 준비·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노동도 자본이 아니더라도 부가가치를 낳는 뭔가에 주목해 일찌감치 총요소생산성(TFP)이라 불렀듯이 이들 잠재 요소를 착실히 인수 분해해 퀀텀점프를 위한 공통분모로 끄집어내는 전략이 절실하다.
새로운 대안 요소로 거론되는 투입 화력의 후보는 뭘까. 인구감소를 보건대 노동·자본을 대체할 투입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맞는 말이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 묻히고 잊혔던 강력한 투입 엔진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지속가능한 신자본주의를 위한 2단의 신형 로켓은 바로 ‘로컬파워’다. 도시에 밀려 소외·박탈된 로컬의 무궁무진한 자산(자본+부채)이 청년·혁신·기회와 만나면 노동·자본의 생산 투입 없이도 새로운 성장토대로 부상한다. 최소한의 규제 완화와 꼰대문화 타파만 전제돼도 로컬 투입형 신자본주의는 포부도 당당한 혁신일보를 내딛게 된다. 소멸 경고의 조로(早老)사회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를 눈여겨볼 일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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