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엇이 농민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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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마늘·양파·배추 등 생산자단체 회원들이 감사원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던 것.
이에 생산자단체들은 각종 성명 발표와 상경 집회 등을 통해 정부의 수입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담긴 감사원의 편향된 시각은 생산자단체가 aT를 사실상 옹호하고 나설 정도로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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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마늘·양파·배추 등 생산자단체 회원들이 감사원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던 것. 그들은 “현장에 무지한 감사 보고서 철회하라” “값 오르면 수입, 떨어지면 모르쇠” 등을 외치며 감사원을 규탄했다. 농민들이 직접 감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날 집회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내년도 농사를 위한 파종이 한창인 이때 농민들은 왜 만사를 제쳐두고 감사원 앞에 모였을까. 발단은 얼마 전 감사원이 발표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였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aT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정부비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중 몇가지가 농민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감사원은 aT가 비축 대상 농산물값이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상 상승 위기경보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방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라고 지적하며, 향후 해당 품목 가격이 상승하면 매뉴얼에 따라 비축 농산물을 방출하거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추진할 것을 조치사항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올들어 정부가 주요 채소 품목뿐 아니라 국내 수급과 큰 관련 없는 망고·파인애플 등까지 TRQ·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농산물 수입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생산비 상승과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지 입장에서 이같은 수입 일변도 기조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에 생산자단체들은 각종 성명 발표와 상경 집회 등을 통해 정부의 수입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과 TRQ 수입 등을 제때 시행하지 않아 농산물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식의 감사원 보고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 만난 생산자들은 한목소리로 “감사원의 보고서가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생산자들의 절박함도 느껴졌다. 생산자단체들은 그동안 aT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일부 생산자단체가 aT 해체를 주장할 정도로 둘 사이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담긴 감사원의 편향된 시각은 생산자단체가 aT를 사실상 옹호하고 나설 정도로 문제적이다.
현재 농산물 수급정책은 정부와 농협·생산자단체·학계 등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현장 중심의 기조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기조를 세우는 데 농민들의 애환이 서렸다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보고서 한장이 이 모든 노력을 무위로 돌린다면 그 후폭풍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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