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 둘러싼 與 힘겨루기 가열... 인요한 "12월까지 기다릴 것"
김기현 "급발진으로 당 흔들지 말라"
장제원 "권력자 눈치 안 보고 살아"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 권고를 둘러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지도부 등 주류 사이에 힘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혁신위원회의 권고에도 용퇴 발표는커녕 오히려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사수 의지를 밝히자 혁신위가 용퇴 시한을 사실상 12월로 못 박으면서다. 혁신위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조기 해체론'까지 거론하며 압박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자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김기현 대표까지 "당을 흔들지 말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인요한 "시간 주면 움직일 것이라 100% 확신"
인 위원장은 14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와 친윤 핵심, 중진들의 거취 결정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매를 맞고 할 건가' 표현에 대해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다. 그 매는 국민의 투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권고 대상자들이 용퇴를 결단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투표로 패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시간을 주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여지를 두었다.
용퇴 시한도 제시했다. 인 위원장은 "12월 초까지는 국회 일정으로 할 일들이 많으니까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현역 의원들이 총선 모드로 전환하는 정기국회 종료를 전후해 결단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인 위원장의 '으름장'은 처음이 아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독약', '매' 등의 표현을 동원해 결단을 촉구했다. 대상자들의 호응이 없자 혁신위에서는 압박 차원에서 조기 해체론까지 나왔다고 밝혔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을 적은 명단까지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혁신위는 "그런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용퇴 권고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강경 카드를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갈등 장기화 시 혁신 동력 상실 우려
인 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내년 총선 승리가 절실한 만큼 윤 대통령이 '혁신'을 명분으로 당 주류의 희생으로 승리를 위한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쥐려 한다는 주장이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인 위원장이) 대통령을 사랑한다면 내려놓으라 했다"며 "당내 중론은 대통령 주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이런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혁신위가 제시한 시한까지 반응이 없다면 대통령실이 직간접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와 당 주류가) 한동안 힘겨루기를 하다 적절한 시점에 메시지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용퇴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혁신 동력 상실이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김기현 대표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장제원 험지 출마 거부.... 대상자들 묵묵부답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묵묵부답이거나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지지모임인 여원산악회 창립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공개된 유튜브 채널 '장제원TV'에선 "권력자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눈치 안 보고 산다"는 내용의 교회 간증 영상까지 공개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권고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혁신위와 친윤·중진 의원들의 갈등에 지도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밝힌 김 대표도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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