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S의 왜곡 보도 사과, 다음 정권에서 또 사과하지 않아야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잃은 데 대해 사과하고 보도의 공정성을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박 사장은 불공정 보도 사례로 2020년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 사이의 ‘검언 유착’ 오보와 고(故) 장자연씨와 관련해 윤지오를 출연시켜 허위 주장을 펼치도록 한 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의 생태탕 가짜 뉴스를 집중 보도한 일, 작년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사실 확인 없이 인용 보도한 사례를 꼽았다.
KBS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언론이 아닌 정권 응원단으로 공공성을 저버린 사례는 셀 수도 없다. 조국 수호 집회는 헬기를 띄워 보도하고 그의 위법을 비판하는 시위는 뉴스 맨 끝에 배치했다. 성추행 가해자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결식 때는 ‘박원순의 꿈, 흔들림 없이 계승’ 같은 제목을 단 뉴스를 내보내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대장동 특집 보도를 50분간 방송하며, 주요 해설을 흑석동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의원과 민주당 지지 성향인 주진우씨가 맡게 했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당 유튜브”라는 지적까지 들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KBS 간부진은 그대로였고 이런 행태도 계속됐다. 대통령이 일본 국기에만 경례한 것처럼 조작 방송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받는 전 민주당 대표를 출연시켜 피의자 신분인 그에게 30분이나 검찰을 비난하도록 했다. 공영방송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편파 방송인데 그 반대로 했다. KBS 일부 이사조차 “편파성이 독재 정권 때보다 심하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박 신임 사장은 “앞으로 이런 보도와 불공정 편파 방송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공개하고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성 회복을 위해 당연한 조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행태도 개혁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KBS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 노릇을 한 것이 공공성 위기를 불렀다. 전 정권 왜곡 보도를 사과했지만, 현 정권 칭송 보도를 한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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