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토종 OTT 비상상황, 飛翔 위한 날개가 필요하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의 올해 3분기 가입자 증가 폭이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2020년 2분기 이후 최대 증가치를 나타냈다. 매출액은 85억4200만 달러이고 영업이익 19억1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각각 7.8%와 25.0% 늘었다. 새롭게 도입한 저가 광고요금제로 구독자 이탈을 막고, 계정 공유 금지를 통해 신규 가입을 유도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무빙’이라는 한국 드라마로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주요 글로벌 OTT들도 앞다퉈 요금을 인상하거나 광고요금제를 도입해 잠재 고객 확보에 나서며, 레드 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던 OTT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토종 OTT의 상황은 어떠한가? 2010년 CJ가 티빙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OTT 시대가 시작됐지만 갈수록 적자 폭이 늘어나는 등 국내 사업자들은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국내 사업자들 역시 콘텐츠 제작 비용을 증액해 왔지만, 국내 시장의 협소함으로 인해 도리어 적자 폭은 매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 등 전통 미디어 산업과 달리 OTT 시장은 진입 장벽이 없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자본과 콘텐츠 경쟁력을 무기 삼아 전 세계 190여 국에 진출해 있는 반면,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토종 OTT 사업자들은 처음부터 경쟁이 성립될 수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글로벌 OTT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토종 OTT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미 OTT가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면 K-콘텐츠로 전 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과 문화적 영향력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창의적이고 경쟁력 높은 콘텐츠 생산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콘텐츠 수출 및 글로벌 사업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일자리 감소, 산업 성장률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OTT 시장을 지켜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단순한 산업적 중요성을 넘어서 국가의 문화 주권과 타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내 OTT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미디어 산업 진흥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는 최소화하고, 매년 지속되는 적자 수혈을 위한 정부 주도의 미디어 펀드와 플랫폼에 대한 각종 금융 지원을 통해 국내 OTT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는 국내 OTT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요금제 등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OTT에 없는 실시간 라이브 채널 제공은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를 보는 대가로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 시장 확장에도 용이하다. 국내 OTT가 광고 매출을 높일 수 있도록 국내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 주는 정책이나, 글로벌 도약의 자생력을 마련할 방안을 모색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외 OTT 사업자가 총출동하는 방통위 ‘국제OTT포럼’이나,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과기정통부 주관의 ‘국제OTT축제’처럼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글로벌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의 장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사업자의 자생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 이용자 경험의 개선, AI 등 기술 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토종 OTT를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 국내 OTT 사업자들이 맞이한 비상상황(非常狀況)을 비상(飛翔)의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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