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64] 제주 은갈치
제주의 가을은 갈치의 계절이다. 제주오름에 억새들이 은빛으로 물결칠 때, 은빛 갈치가 가을과 함께 제주 바다로 몰려온다. 모슬포에서 송악으로 가는 길에 모슬포구에서 윤슬을 헤치며 갈치를 잡으러 가는 배들을 만났다. 가을 밤이면 우도 너머 동쪽 바다, 함덕 너머 북쪽 바다, 애월 너머 서쪽 바다, 제주항 너머 북쪽 바다 등 섬을 둘러싸고 밤하늘 별빛처럼 불을 밝히고 갈치를 부른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포구마다 나무 상자에 가득 담긴 제주 은갈치를 만날 수 있다.
목포 갈치를 먹갈치라고 하고, 제주 갈치는 은갈치라 한다. 제주에서는 그물 대신 낚시를 이용해 잡기 때문에 은빛 비늘이 오롯이 남아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선원들을 태운 배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서둘러 어장으로 향한다. 선장은 갈치를 유인할 미끼와 신선하게 보관할 얼음을 챙기고, 그간의 경험과 날씨와 바람 등을 가늠해 조업 장소를 결정한다. 선원들은 자기가 잡은 몫의 일정 부분을 선주와 나눈다. 오랜 경험의 선원들도 나이가 들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선원들이 대신하고 있다. 갈치는 적당한 파도와 바람이 동반해야 어획량이 높다.
어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물돛’을 바다에 넣는다. 낙하산처럼 생긴 물돛은 바닷속에서 펼쳐져 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유도등을 대낮처럼 밝히고 갈치를 유인한다. 그 사이 선원들은 꽁치를 썰어 낚싯바늘에 꿰어 바다로 던진다. 이를 ‘갈치 채낚기’라 한다. 여러 개의 낚시를 달고 끝에 달린 무거운 추를 이용해 멀리 던져야 한다. 잘 던지고 갈치를 잘 잡는 사람이 뱃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선원들은 이물에서 고물로 자리를 이동하고, 낚시추가 무거워지면 배에서 내려야 한다. 토박이 갈치잡이 선원들은 뭍에 머무는 시간보다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이렇게 잡은 갈치로 갈칫국, 갈치자반, 갈치조림, 갈치회, 갈치젓 등을 만든다. 제주에서 대접을 받는 옥돔에는 미역이나 무를 넣어 국을 끓이지만, 갈칫국에는 호박이나 배추를 넣는다. 가장 제주다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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