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외유내강(外柔內剛)
신중하고 온화하게 말하되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으면
신한춘 부산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소 꼭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좌우명 중에 ‘외유내강’이 있다.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 안으로는 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뜻이다.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스스로를 위한 돈 씀씀이에도 엄격하고, 매사에 겸손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책을 많이 읽고, 수도승처럼 스스로를 단련하고, 음식투정이나 탐심을 삼가고 매사에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물론 필부에 불과한 필자가 현인이나 성인군자처럼 되기는 언감생심이겠으나 그래도 스스로 가까워지려고 노력은 한다. 적어도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이고 남 눈의 티끌은 보이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근검절약하여 남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가급적이면 남의 말은 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관여나 간섭은 결코 하지 않는다. 다만 말을 해야 한다면 좋은 말, 남이 들어서 호감이 가는 말을 한다. ‘역지사지’와 ‘삼사일언’과 ‘중용’을 실천하고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매사에 신중하게 행동하려 한다.
그러나 외유내강은 본인이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다짐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오랜 기간 바람직하지 못한 욕망을 억누르는 참을성과 수도승과 같은 단련, 노력이 필요하다.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줏대 없는 행동이나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와 같은 가볍고 어리석은 자세를 멀리하고 오로지 주변의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이 자아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해야 한다. 귀는 열려 있으되 좋은 말은 빠짐없이 들어서 자신을 위한 마음의 양식으로 삼고, 나쁜 말들은 듣되 잘 걸러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것이다. 입은 바위처럼 무거워서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말이 있으면 반드시 삼사일언(세 번 생각해 본 연후에야 한마디 말을 하는 것)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의나 비겁함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큰 다툼이 예상되면 애써 무시하더라도 결코 인정하거나 불의와 타협하지는 않는다. 수주 변영로 선생의 시 ‘논개’에서처럼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고귀하다”는 것을 명념하여, 이를 내 언행을 조심할 수 있는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걸핏하면 큰 소리로 짖는 개는 결코 물지 않는다. 아니 물지 못한다. 물지 못하는(물어봐야 아무 효과가 없는) 스스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그렇게 시끄럽게 짖는 것이다. 반대로 어느 상대와 맞붙어도 자신이 있고 꺼릴 것이 없는 도사견이나 셰퍼드, 도베르만 같은 큰 덩치의 개들은 낯선 사람을 봐도 거의 짖는 법이 없다. 조용히 상대를 응시하다가 꼭 물어야 할 때는 전광석화 같이 달려들어, 물었다 하면 결코 놓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큰소리를 내고 요란한 사람은 실속도 실력도 없는 법이다. 오히려 소란에 휩쓸리거나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입을 꼭 다물고 조용히 있는 사람이 누가 보기에도 무서운 법이다.
‘빈 깡통이 시끄럽다’ 또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확실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툭하면 큰 소리 치거나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큰 소리나 고함을 치기 전에 깊이 생각하는 법이 없으며 자기감정을 억제하거나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여러 면에서 자신이 없거나 모든 면에서 갖춘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남으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크고 작은 손해로 이어진다.
괜히 나서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사람은 결코 손해를 보거나 무시당하는 경우가 없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공연히 나서서 큰소리치거나 시비를 스스로 초래해 놓고는 뒷감당도 못 하고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그렇다고 어리석은 사람이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스스로가 노력하는 데 따라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입은 온갖 화근을 불러오는 문”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평소에 입을 꼭 닫고 말을 하지말자. 그러고는 ‘삼사일언’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다음은 참을성을 기르자. “참을 인(忍)이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참을성을 기르다 보면 경거망동하는 버릇도 없어진다. 다음엔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한 손바닥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듯 사생결단의 중대한 일이 아니라면 살짝 피하면 그만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바람 불 듯이, 물 흐르듯이 그렇게 살자. 알고 보면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이 좋은 세상 어찌 다투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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