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선수도 팬도 힘들었던 ‘겨울 야구’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13일 LG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5차전까지 이어진 승부 내내 경기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채운 LG 팬들 열정은 뜨거웠다. 그러나 야구장은 추웠다. 시리즈 내내 기온이 영하를 넘나들었고, 5경기 누적 10만명 넘는 관중은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가을 야구’가 아니라 ‘겨울 야구’였다. 감독들은 시리즈 내내 날씨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우려했다. 실제로 LG와 KT 선수들은 1차전에 실책 5개, 3차전과 5차전에 각각 3개와 5개를 남발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국제 대회로 인한 리그 중단이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시즌 중 역대 가장 늦게 끝난 한국시리즈로 기록됐다. 정규 시즌 팀당 144경기를 하는 한국과 비슷한 경기 수를 치르는 일본(팀당 143경기)은 한국보다 8일 빠른 지난 5일 일본시리즈가 끝났고, 팀당 162경기를 하는 미 메이저리그는 지난 2일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 가려졌다. 올해 한국시리즈 종료가 늦어지면서 16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 명단에 올랐던 LG·KT 선수들이 대체 선수로 바뀌기까지 했다.
‘겨울 야구’가 펼쳐진 건 올 시즌 유독 우천 취소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2경기에서 올해 72경기로 늘었다. 취소된 경기를 시즌 막판에 재편성해서 치르다 보니 시즌 종료가 뒤로 밀린 것이다. 하지만 야구장 취재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우천 취소를 너무나 쉽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즌 초·중반에 그렇다. 경기 1~2시간 전에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가 그 사이 비가 그쳐서 충분히 경기를 할 수 있음에도 못 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경기 개시 전 우천 취소 여부는 KBO(한국야구위원회) 경기감독관이 결정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전직 프로 감독 등 야구계 원로다. 현장에서 이들 결정에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데다, 감독관 성향에 따라 비슷한 환경에서도 경기 취소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현장에선 당일 경기감독관 이름을 보고 우천 취소 여부를 가늠하는 실정이다.
일관된 기준 없이 감독관 판단으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아지니, 시즌 후반에는 종료 일정을 맞추려 오히려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쉽게 우천 취소를 못 하고 선수와 팬들이 비에 홀딱 젖는 촌극이 벌어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매년 벌어지는 풍경이다. 다행히 KBO는 올해와 같은 ‘겨울 야구’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는 더블헤더를 시즌 초반부터 시행하고, 올스타전 휴식기를 7일에서 4일로 단축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분명 도움이 될 조치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기를 할 수 있는 날에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 취소 결정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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