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NG 비상… 곧 540만t이 사라진다
2025년 국내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NG는 20년 정도 장기 계약을 맺고 수입해오는데 1990년대 중후반 체결한 계약이 내년에 끝나는데도 가스공사가 이를 대체할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4~5년 전에 미리 맺는 LNG 장기 계약 특성상 늦어도 2020~2021년에는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데도 정부의 안이한 LNG 수요 전망, 탄소 중립 정책 등이 발목을 잡으며 계약 타이밍을 놓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LNG 가격이 폭등하자 계약을 주저, 심각한 수급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단기 계약으로 부족한 물량을 채울 수 있지만 통상 장기 계약보다 수입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악화, 가스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는 3분기 말까지 쌓인 미수금(손실)이 15조원에 달한다. 국내 1차 에너지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LNG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5년 부족 물량, 연간 수요의 8분의 1 달할 듯
14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1999년부터 해마다 492만t씩 들여온 카타르산 LNG와 2000년부터 연간 406만t씩 수입해온 오만 LNG 물량은 내년 계약이 끝난다. 연간 도입 물량 기준으로 1·2위인 두 건이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2025년부터 새로 계약을 맺어 수입하는 LNG 물량은 2021년 7월 카타르와 맺은 연 200만t과 지난해 4월 BP와 계약한 연 158만t이 전부다. 2025년이 되면 연 898만t이 빠지고, 신규로 358만t에 채워지면서 540만t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LNG 수요(4500만t)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지난 정부가 LNG 수급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5년 12월 제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2022년 국내 천연가스 수요를 3396만t으로, 2018년 13차 계획에선 2024년 3411만t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천연가스 수요는 2018년 처음으로 4000만t을 넘어섰고, 2021년 이후 4500만t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15년 이상, 금액으로 수십조원이 오가는 계약 체결을 주저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또 가스공사가 LNG 도입 담당 인력을 신재생 부문 등으로 옮기고, 코로나 사태로 LNG 가격이 급락하자 현물 위주로 수입하며 장기 계약을 등한시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에너지 안보 위해선 제도 개선 필요
LNG 도입 장기 계약은 보통 생산 4~5년 전에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하고, LNG를 수입할 선박 발주가 함께 진행된다. 이런 탓에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LNG 수급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가스공사는 단기 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장기 계약보다 비싸게 LNG를 수입할 가능성이 크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글로벌 LNG 공급사는 우리나라의 다급한 상황을 다 알고, 이를 협상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천연가스 도입 물량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워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영향을 받는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LNG 등 화석 연료 발전을 모두 중단하는 시나리오에서 2050년 LNG 수요는 현재의 9분의 1인 520만t으로 쪼그라드는 탓에 2020년대 중반부터 2040년대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세워진 탄소 중립 계획이 법령으로 전력·가스 등 세부 계획까지 옥죄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LNG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장기 계약은 불가피한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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