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현대까지 미치는 제국주의의 영향과 이-팔 전쟁의 원인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하면서 1천400여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시작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인의 사망자가 최근 1만명이 넘었다. 아무리 인간의 역사가 다른 민족 간의 종교전쟁과 학살, 땅 따먹기의 되풀이라 할지언정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속되는 깊은 갈등은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것이다.
이렇게 끊이지 않는 갈등의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면 어떤 이는 로마제국의 팔레스타인(옛 이스라엘) 지배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오스만 제국 시대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 갈등의 원인들은 바로 제국주의의 식민정책, 그리고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의해 체결된 ‘후세인-맥마흔 서한’과 ‘밸푸어 선언’이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은 각자 식민지를 확장하고 있었고, 이는 근본적으로 1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 발전한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사건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제국주의 국가 간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던 것이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은 옛 유대인의 고향이었으며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영국은 이 레반트와 아라비안반도 지역을 두고, 오스만 제국을 제압하는 데 도와주면 아랍인들에겐 아랍인의 국가를 세워주겠다는 약속(후세인-맥마흔 서한)을,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의 국가를 세워주겠다는 약속(밸푸어 선언)을 함으로써 두 민족의 도움을 받아 승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같은 연합국이었던 프랑스와 전쟁 후 이 지역을 나눠 통치하겠다는 사이크스-피크 협정을 미리 맺어 놓았기 때문에 막상 전쟁이 끝나고 나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영국의 팔레스타인 식민통치 기간 내내 달라진 건 없었다.
대영제국에 의해 서로의 이해관계가 전혀 성립될 수 없는 협정을 당사자들은 서로 모른 채로 맞닥뜨리게 됐으니 중동이 큰 혼란에 빠진 것은 영국이 크게 일조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변명의 여지없이 그저 제국주의적 사상으로 식민지를 확장시키려 두 민족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영제국만이 인류 역사에 있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다른 민족을 이용했던 나라라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기원전 63년, 로마제국의 옛 이스라엘 지배로 유대인은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중동과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로마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배하고 포로가 돼 다른 나라로 끌려가기도 했으며, 척박한 땅을 떠나 살기 위해 이동하기도 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구약성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대인의 이주와 핍박은 이집트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수많은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흩어져 자신이 속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국가나 영토 없이 박해 당하며 정말 오랫동안 살아남아온 디아스포라 민족이다.
슬프게도 유대인만이 강제적인 디아스포라를 당한 민족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노예제도에 의해 수많은 노예들이 자신의 고향에서 이주 당했고, 그중에서도 적지 않은 인구가 노예선에서 살아남지 못해 바다에 던져졌다. 제국주의가 저지른 강제적 디아스포라와 식민주의는 현대에도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임금차별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후세인-맥마흔 서한과 밸푸어 선언은 현대까지 영국 제국주의의 가장 큰 정치적 실책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 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영향이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쟁은 한마디로 제국주의 식민지 전쟁의 산물이다.
제국주의의 영향은 현대에도 만연하다. 제국주의의 비인간적인 역사는 이렇듯 현대에도 아직까지 너무나 많은 사회적 문제의 뿌리로 남아있으며 어느 쪽의 잘못이 더 크고 작고의 문제 이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그 많은 문제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현대를 살아가면서 제국주의의 역사를 그저 과거로 바라보는 시각보다 그 잘못이 현대에까지 주는 영향을 잊지 않고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위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탈식민주의적 생각을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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