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맨발 걷기 열풍, 생태계 건강도 보살펴야
맨발 걷기 열풍이 거세다. 몇몇 사람이 그리 걷는다 싶었는데 어느새 산책길을 오가는 사람 중 다수가 맨발이다. 심지어 전철역 내부 계단을 맨발로 오르내리던 중년 여성들을 보기까지 했다. 산이나 숲, 공원은 물론 갯벌에까지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의아스럽고 염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길을 맨발로 다니면 기인 또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했다. ‘어싱 이론(Earthing Theory)’이라는 것이 소개되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것은 ‘인체(발)를 지구 표면(땅)에 접지해 몸에 유용한 전자를 유입함으로써 여러 염증이 감소하고 건강을 도모한다.’는 이론이다. 노화나 질병을 두려워하는 우리들,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설득력을 갖는다.
어싱을 통해 혈액순환 개선, 면역력 증진,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효능을 누릴 수 있다는데 굳이 마다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언제든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비법인데. 대유행과 맞물려 맨발 길 조성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7월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맨발로 걷기, 정해진 산책로나 맨발로 걷도록 만들어진 길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일이 없다. 필자는 오히려 대지와의 접촉, 생태환경과의 깊은 교감이 반갑기도 했다. 그런 기회로 건강한 생태환경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된다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걷기 위해 오염과 훼손을 줄이려는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등등의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둘러싼 염려와 후유증은 당사자의 몫이 아닌가보다. 급기야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사례로 인천의 소래습지생태공원 갯벌에 들어가 맨발로 걷는 이들을 취재했다. 이미 그것을 두고 여러 차례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이다. 갯벌에 빤질빤질한 산책로가 생기더니 금세 넓은 길이 만들어졌다.
공원과 산 등도 몸살을 앓는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산책로가 아닌 곳을 걸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골치인 중구난방 샛길이 더욱 복잡해진다. 사람이 땅을 밟으면 답압에 의해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딴딴해진다. 주변까지 황폐해진다. 결국 타 생물의 삶터를 빼앗는 셈이다.
이래서는 지속가능한 맨발걷기문화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맨발 걷기로 자연과의 공존, 조화가 빛나기보다 사람의 건강만을 챙기려다 보니 생태계의 건강은 나 몰라라 하는 격이다. 맨발 걷기가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는 오명은 걷기문화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의 건강을 지켜주면서 정해진 장소와 방법으로 걷는 맨발걷기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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