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의대 정원축소의 동상이몽
94%의 한의사가 한의대 정원축소와 의대로의 전환에 찬성하고 나섰다. 한의사협회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여러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 인사도 의대 한의과대학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당장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는 4개 한의대 정원 300명부터 의대로 옮기자는 의견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또한 한의과대학 정원을 의대로 이관하는 의료인력 재배치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의대 정원이관에 한의계와 의료계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동상이몽이다. 이들이 원하는 미래 모습은 전혀 다르다.
한의대 정원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한의사협회가 상상하는 미래는 줄어든 한의사들이 한약과 침을 독점하는 세상이다. 맞다. 독점의 대가로 공급자는 경제적 이익을 누린다.
의협의 주된 관심은 한의사제도 폐지와 한의대 폐교에 있다. 의대만 남고 의사제도만 있는 세상에서 의사가 한약과 침도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이 이들이 꿈꾸는 '의료일원화'다.
안 그래도 한의사의 영역침탈에 골머리를 앓던 터다. 초음파 빼앗기고 뇌파계 빼앗기고 엑스레이도 빼앗겼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한의사들에게 다 뺏기게 생겼다. 이왕지사 어차피 여론에 등 떠밀리고 정권에 걷어차여 의대정원이 늘어날 거라면 차제에 한의대 정원이라도 줄어들어야 그나마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 기회에 한약과 침을 쓸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한의대의 의대정원 이관에 찬성하는 94%의 한의사는 정원이 확대된 의대에서 한의학을 가르치고 배출된 의사들이 한약과 침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그래도 좋으니 한의대 정원은 축소돼야 한다는 사람들과 그래서는 안 되고 한약과 침은 한의사만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94%라는 압도적 숫자를 만든 이유다.
그런데 일본 의대에서는 (아주 약간의) 한의학을 가르친다. 그리고 일본 의사들은 한약과 침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의료보험도 적용받는다. 미국 의사들, 독일 의사들도 침을 놓는다. 지금도 한국 의사는 천연물신약과 IMS, FIMS를 사용한다.
한의대 정원을 받은 의대에서 필요한 만큼만 제한적으로 한의학을 가르쳐도 의사들이 (한의사의 전통적 도구인) 한약과 침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한의사의 초음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법논리는 의사의 한약, 침 사용에도 적용된다. 대법원은 이미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분을 가변적이라고 봤다.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춰 (교육받은) 의사의 한약과 침 사용을 서양의학적 의료행위와 무관하다고 판단하기는 극히 어렵다. 중간적, 혼합적, 중첩적 의료행위 영역은 갈수록 커진다.
그러니까 애초 한의사협회가 상상한 한의대 축소와 의대로의 정원이관은 한의사의 한약과 침의 독점권 강화를 약속할 수 없는 정책인 것이다. 하물며 숫자도 줄었는데 무슨 수로 독점권을 방어하겠는가. 게다가 '한의사가 한약과 침을 독점하는 한의대 정원축소'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한의대 정원축소는 국민이 바라는 바인가. 그럴 리 없다. 지금까지 국민은 의사가 부족해서 고통받았다. 한의사가 남아돌아 힘들었던 적은 없다. 하물며 한의사도 의사수로 카운트된다. 의사를 늘려달라고 하는 판에 한의사는 줄여달라고 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
"한의대 정원축소로 인한 정책적, 국민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덕에 교육이 통합돼 통합의사가 배출될 수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는 당연히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한의사를 줄이겠다는 주장이라면 그걸 받아들일 정부는 없을 것이다." 최근 만난 고위공무원의 말이다.
필자는 한의대 학생들에게 복수전공, 복수학위의 기회를 주자고 주장했다. 기존 의사, 한의사에게도 추가교육을 실시하자고 했다. 의대로 이관된 한의대 정원 역시 통합교육을 통해 통합의사로 양성해야 명분도 있고 현실적이다. 사실상 통합의대 신설이 된다. 기존 자원을 활용하기도 쉽다. 더 빠른 속도로 의사를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의료일원화가 가능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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