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빈대의 습격

천남수 2023. 11. 15. 00: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4월 필자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도 몸에 이가 많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지만, 빈대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21세기 첨단시대에 프랑스 파리에서 빈대의 습격을 받다니.

예나 지금이나 빈대는 우리 일상을 괴롭히는 존재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4월 필자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지구상에 몰아닥친 코로나 팬데믹 10개월 전이었다. 당시 파리 외곽지역에 민박을 구해 지냈는데,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청하기 위해 불을 끄면 어찌 된 영문인지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눈을 붙이더라도 새벽에 일어나면, 몸에는 벌레 물린 상처가 가득했다. 무언가에 물린 것이 분명했다. 가려워 긁었던 부위는 벌겋게 부어있었다.

고통의 나날은 계속됐다. 나중에 불을 켜고 침대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스멀스멀 기어가는 납작한 벌레를 잡아보니, 붉은색 액체가 퍼졌다. 빈대였다. 어렸을 적에도 몸에 이가 많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지만, 빈대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21세기 첨단시대에 프랑스 파리에서 빈대의 습격을 받다니. 이후 방역업체가 나서 대대적인 방제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숙소를 옮기고 말았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주로 밤에 나와 긴 주둥이로 사람의 피부를 찔러 피를 빨아먹는다. 빈대에 찔리면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조선 후기 농업지침서인 증보산림경제에는 지네를 태워서 빈대를 없앨 수 있다면서 무려 9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을 정도다. 일종의 여성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도 지네와 거미를 꿩의 깃과 함께 태우면 없어진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빈대는 우리 일상을 괴롭히는 존재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빈대의 고약함을 잘 나타낸 속담이다. 하찮은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일컫는 속담이지만, 한편으로는 빈대의 피해가 오죽했으면 집에 불까지 냈을까 싶다. 이 외에도 ‘빈대 붙는다’든가, ‘빈대도 콧등이 있다’가 있다. 빈대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빈대와 관련된 속담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근 대구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그만큼 빈대로 인한 고통이 컸기 때문인데, 빈대의 습격도 잘 막아내야 자랑스러운 K-방역 아니겠는가.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