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최성웅 강원대 에너지자원 산업공학부 교수

마치 험준한 산을 타고 넘은 느낌이다. 예비선정과 대면평가 등의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강원대학교가 마침내 ‘글로컬대학 30사업’에 선정됐다. 그동안 대학 내 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다양한 실천 전략들이 대내외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 국립대학 간 통폐합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지방대학의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것인가에 쏠리게 됐다.

앞으로는 통합의지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제부터는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는 미래인재를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성장을 전제로 결과를 제시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학령인구와 지역소멸로 촉발된 지방대학의 위기가 글로컬대학 선정으로 극복되고 지역 발전까지 견인해야 하는지 증명하는 시간만이 남았다. 지역대학이 무너지면 지역 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수도권 대학만이 남게 된다는 미래의 시나리오는 너무 처연하다.

그런데 섣부른 기대가 있다. 글로컬대학을 선정하고 RISE 체계를 도입하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이러하다. 지방정부는 교육재정과 지원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제대로 쌓아야 하고, 지역 대학들은 지방정부를 도와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교육·산업, 이른바 지산학의 3박자가 균형을 맞춰 진행되고, 그 안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지역성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더욱 단단해져야만 지역소멸을 막고 발전도 기약할 수 있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몸통에 실을 묶어서는 곤란하다. 조개 속의 작디작은 핵이 없이는 영롱한 진주가 만들어지지 않듯이,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부분부터 하나하나 제대로 점검해 나가야 한다. 글로컬대학과 RISE 체계가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수년간의 준비기간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준비기간 동안 하나하나 기본을 확인하고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의 영어식 표현인 유니버시티(university)의 어원은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라는 라틴어인데, ‘하나’를 뜻하는 ‘unum’과 ‘방향’을 뜻하는 ‘verto’가 합쳐진 단어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공동체’를 뜻한다.

결국 대학을 구성하는 학생, 교직원, 교수가 같은 지향점을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는 것이 대학의 기본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와 대학이 지역 성장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본래의 국립대 설립의 의미이다. 비록 지역의 국립대 여러 곳은 통합이라는 질곡을 거쳤지만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공동체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견인해야 한다.

대학의 의미와 국립대의 역할을 되새기며, 기본으로 돌아가자. 하나가 되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까다롭고 힘든 과정일 것이다. ‘unum+verto’를 생각하며 밤하늘의 북극성을 찾듯이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Back to the Ba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