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도전이냐, 명예로운 퇴진이냐'…최정우 포스코 회장 결단 임박
철강 중심 사업, 이차전지소재 등 미래형으로 체질 개선
지주사체제 전환, 기업 가치 대폭 상승…정권 개입 변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기로에 서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 회장은 이대로 연임 임기를 마칠 경우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회장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하게 된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 3연임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경영 성과만 보면 재연임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권의 개입 여부가 변수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모두 정권 교체기 외풍에 의해 교체됐다. 민영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7.72%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9월 기준)가 정부가 통제하는 국민연금공단이기 때문이다. 1~8대 회장 중 최 회장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회장으로 재임한 인사는 있어도,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운 인사는 한 명도 없다.
◆ 역대 회장과 다른 길 가는 최정우 회장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권 초인 2018년 7월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 초까지만 해도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만큼 최 회장도 역대 회장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정부·여당 안팎에서 지속적인 퇴진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10대 그룹 수장 중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길에 동행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 성과를 앞세워 자리를 지켰고, 역대 최초로 연임 임기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는 현 회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 시작된다.
최 회장은 연임이 결정되기 전인 2020년 11월 이사회에서 일찌감치 연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엔 11월 이사회에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역대 포스코 회장이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경영자로서의 성과만 살펴보면 3연임도 무리가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동차·조선·가전·건설 등 수요 산업에 기초 원자재를 공급하는 철강 산업 중심의 그룹 사업 구조를 이차전지소재, 친환경 에너지 등의 신성장 동력을 장착한 미래형 사업 구조로 변화시켰으며,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도 이뤄냈다.
최 회장 재임 기간 포스코그룹 가치(시가총액)는 2018년 7월 약 35조2000억 원에서 올해 11월 14일 기준 약 83조5000억 원(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DX·포스코엠텍·포스코스틸리온 시총 합)으로 2.4배가량 높아졌다. 시총의 증가는 곧 주가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는 주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최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그룹 주가 대폭 상승하면서, 해외기관 투자자들은 그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 7월 포항제철소 종합 준공 50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을 위해 2030년까지 국내 73조 원을 포함한 총 121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차전지소재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친환경 에너지 등의 미래 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최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가 미래형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한 것에 대해선 내부 평가도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호평받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한국 ESG기준원 평가에서 'A+' 등급을, 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DX·포스코엠텍·포스코스틸리온은 A 등급을 받았다. 포스코그룹의 모든 상장사가 한국ESG기준원 종합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환경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고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은 모두 A+ 등급을 받는 등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통합 A+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 이사회 전문성 강화와 ESG 거버넌스 체계 확립 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지배구조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은 회사는 평가대상 791개 사 중 1.3%에 해당하는 10개 사에 불과하다.
◆ 미래 사업 구조로 체질 개선, ESG 경영 성과 호평
이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포스트 최정우'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최 회장이 윤 대통령 순방단에 지속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등 유·무형의 정부 압박에 재신임을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부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차기 회장 후보군의 구체적인 명단까지 공공연하게 복수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내부에선 최 회장이 아직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만큼 차기 회장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최 회장은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인 12월까지 연임 혹은 퇴임 의사를 이사회에 밝혀야 한다. 최 회장이 3연임 의사를 밝히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대내외 평가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한 달간 자격 심사를 진행해 내년 3월 정기주총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최 회장이 재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CEO 승계 카운슬'을 구성해 회장 후보 리스트를 만든 뒤 CEO 후보추천위가 이들 중 1명을 선정해 정기주총에 상정, 정기주총에서 최종 선출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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