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억력을 높이려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아무리 지식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도 필요한 때에 적절한 기억을 꺼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정보를 상황에 맞게 꺼내어 활용하는 능력은 ‘작업 기억력’에 해당한다. 시험을 치르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작업 기억력 덕분이다.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면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는 좋지 않다. 작업 기억력이 높으면 많은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뇌에 저장한다. 기억력이 뛰어난 아이는 도서관처럼 나름의 체계를 만들어 두고 있어서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많은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풀 수 있다.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오래 기억하려면 반복 학습이 필수이다. 반복은 뇌의 회로를 단단히 연결해준다. 신경세포를 계속 자극하면 느슨한 연결 부위가 단단하게 연결되어서 마치 잘 닦인 도로처럼 길을 내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만든다. 장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예습보다 복습이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해는 빠르지만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쉽게 짜증을 내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는 문제집을 여러 권 푸는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복습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반복 학습에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뇌는 시기별로 발달하는 부위가 있으며 발달 속도 또한 모두 다르다. 뇌의 발달 속도를 무시하면 아무리 반복해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적기 교육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가르치되 반복 학습을 통해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일이 아이의 학습에는 가장 효과적이다.
앞서서 뇌의 양옆에 자리한 해마는 시각과 후각 등의 감각에서 얻은 정보를 모아서 장기 기억을 만든다고 말했다. 기억은 감각과 감정을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일, 처음으로 반장이 된 일,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간 일 등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정보가 기쁨, 슬픔, 무서움 같은 강렬한 감정과 엮여서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체험 활동과 여행을 즐긴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다.
기분이 좋으면 뇌의 회로도 막힘이 없다. 기억 속에 저장한 정보를 총동원할 수 있어서 문제 처리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기분이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뇌의 회로가 막혀서 아는 정보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져서 뇌도 제 기능을 못 한다. 큰 어려움이 닥치면 흔히 좌절하지 말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실제로 긍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보다 뇌에 좋은 자극을 주어 문제를 조금 더 잘 풀리게 한다.
또 재미나 흥미가 있어야 기억이 더 잘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의 이름과 등 번호, 구단 이름까지 줄줄 외운다.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면 어렵고 재미없는 이론이나 개념부터 시작하지 말고 그와 연관된 재미있는 현상이나 사건을 읽어서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습득한 정보를 차곡차곡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체 활동도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고 즐거움을 느끼는 도파민이 나와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지친 상태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30분 내지 1시간 동안 운동하는 것이 뇌를 자극해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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