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당정, 총선 앞두고 발등에 불
어설픈 물가잡기 서민만 피해
보여주기 아닌 ‘진짜 대책’ 필요
‘상저하고(上低下高).’
물가 관계 당국이 올해 우리나라 물가를 전망하면서 일관되게 제시해 온 단어다. 상반기 고물가, 하반기 저물가를 뜻한다. 상반기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갈수록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 첫 달인 7월 2.3%까지 떨어지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인 2%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8월 3.4%로 상승폭이 다시 커지더니 9월 3.7%, 10월 3.8%로 더 뛰었다. ‘상고하고’가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외부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쟁 같은 변수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예상이 틀릴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가계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거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 처분 가능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경제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내세운 구호로,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 조지 H W 부시 후보를 꺾는 데 큰 역할을 한 무기로 꼽힌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국민은 불만을 품게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건전 재정’을 이전 정부와 차별점으로 내세운 터라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기는 곤란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초점을 맞춘 게 물가인 모양이다. 모든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으로 부처별 소관 품목의 가격 및 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품목별 물가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MB물가지수’ 관리 대책을 참고한 듯하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물가 잡기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 정부는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마땅히 내놓을 만한 물가대책이 없으니 민심을 달래려면 뭔가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정력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압박하면 업계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거나 재료 품질을 떨어뜨려 원가를 줄이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어설픈 개입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세계화를 추진한다며 공매도 전면 확대를 검토하다가 갑자기 내년 6월까지 금지하기로 한 정부의 최근 결정도 의아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포기한 모양새다. 공매도 금지는 과거에도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심각한 경제위기 때였다. 지금은? 정부가 ‘상저하고’라는 끈을 놓지도 않았다. 내년 총선 때 투표권을 행사할 1400만 개미(개인투자자)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어떤 대책이 침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그 ‘정답’은 모르겠다.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정부는 계속해서 대책들을 내놓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제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다. 국민은 매의 눈으로 보고 있다. 잊지 마라. 문제는, 경제다.
우상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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