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다문화·다인종국가 진입 앞둔 대한민국

2023. 11.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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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 5% 넘어
범사회적 차원서 인프라 정비·개선을

현재까지의 추세와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은 2024년 전체 국민 대비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김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기준에 의거 유럽과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가장 먼저 다문화·다인종국가로 진입하게 된다.

이를 두고 다양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으나,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석하고 차분하고도 착실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일찍이 1982년에 공전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존 네이스비츠의 ‘메가트렌드(Megatrends)’에서 예상한 그대로, 글로벌화 및 네트워크화를 위시한 열 가지 변화가 어김없이 세계에 실현되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60여년을 줄곧 산업화와 국제통상을 중심으로 하여 마침내 당당히 선진국의 위상을 차지한 대한민국은, 건국부터 이민자들로 출발한 북미나 오랜 식민지통치의 역사를 가진 유럽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다문화·다인종국가로 진입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대의 큰 흐름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충실히 대비하는가에 달려있다. 문자 그대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
대한민국의 다문화·다인종국가 진입에 즈음하여 범사회적 차원에서 정비하고 개선해야 할 인프라가 몇 가지 있다.

그 첫째가 경제 및 산업인프라다. 관련 자료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국내 체류 외국인의 대부분은 저숙련 노동자들로 우리가 10여년간 추구해온 글로벌 인재의 유입은 상당히 저조하다. 그 중요한 이유가 우리의 낮은 산업생산성과 결과로 나타나는 글로벌 인재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수준이다. 노동시장의 국제화에 걸맞은 생산 현장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며, 이를 뒷받침해 줄 경제 및 산업 인프라의 정비와 개선을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둘째는 생활 및 지역 인프라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생활 인프라가 촘촘하게 받쳐줘야 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지방과 지역의 인프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인재뿐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함께 소비해 줄 든든한 인구집단으로서의 외국인이 실제 살아가야 할 곳은 대부분 지방과 지역에 있다. 지방과 지역의 생활 인프라를 디딤돌 삼아 외국인을 위시한 이민 배경 인구가 우리와 함께 삶의 터전을 일구고 생산가능인구 및 소비집단의 소임을 다할 때 대한민국의 소멸과 지방의 소멸도 한낱 기우에 그치게 될 것이다.

셋째는 국정운영 인프라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한 국내 체류 이민 배경 인구에 대하여 다양한 부처에서 제각각의 정책기조에 근거해 여러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 엄청난 유사·중복과 비능률을 양산하고 있다. 하루빨리 범정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함으로써, 현장의 정확한 수요와 활용계획에 근거해 엄선된 외국인이 입국하고 착실하게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입체적으로 이민 배경 인구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현재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명실상부한 정책조정기구의 출현을 기대한다.

마지막은 국민인식 등 문화 인프라이다. 국적을 떠나 국내 체류 이민 배경 인구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포용성의 증진과 함께 필요한 제도적 개선에도 힘을 쏟는 성숙한 상호문화주의자들이 충만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식개선 교육이나 홍보 및 참여 활동 프로그램 등, 문화 인프라의 융성이 시급하다.

이상의 사회적 기초 자산과 인프라들이 하루빨리 정비되고 개선된다면, 다문화·다인종국가 진입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장기적 대과제인 ‘세계 일류 시민국가’의 건설은 무난히 완성될 것이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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