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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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변심한 연인처럼 날씨가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봄날처럼 훈훈하더니만 그 기세가 꺾이면서 한겨울 날씨로 돌변했다.
그 장미는 작년에도 봄과 겨울, 두 번 꽃을 틔우고는 한겨울 내내 꽁꽁 언 채로 계절을 보냈다.
바짝 마른 나목으로 겨울을 나야 했는데, 그 장미는 오히려 꽃을 피운 채로 겨울을 났으니 온전할 리가 없을 거라 예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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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화단의 장미는 올해 두 번 꽃을 피웠다. 5월과 11월, 그것도 제 계절에 맞춰 틔운 꽃처럼 꽃송이가 탐스럽고 빛깔도 곱다. 한 송이도 아니고 가지마다 송이송이 펴서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붙잡는다. 그 장미는 작년에도 봄과 겨울, 두 번 꽃을 틔우고는 한겨울 내내 꽁꽁 언 채로 계절을 보냈다. 박제되듯 얼어있는 모양을 보고 이제 더는 꽃을 피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짝 마른 나목으로 겨울을 나야 했는데, 그 장미는 오히려 꽃을 피운 채로 겨울을 났으니 온전할 리가 없을 거라 예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장미는 용케 살아 올봄에 꽃을 피우더니 또다시 11월에 꽃을 피웠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나무가 위기라고 반응한 까닭이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겨우살이 준비로 연탄을 들이고, 김장을 하고 겨울옷들로 옷장 안을 바꿀 때 나는 다른 살아있는 것들의 겨울나기가 궁금했었다. 그것들은 혹한의 겨울을 어떻게 날까.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속 주인공 홀든은 묻는다. 택시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지나다. “이봐요. 아저씨. 센트럴파크 남쪽에 있는 연못에 오리 있잖아요. 연못의 물이 얼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 하지만 택시기사는 홀든의 물음에 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을 한 홀든을 이상한 아이로 취급할 뿐이다. 나 역시 궁금했다. 정말, 겨울이 되면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 호수도 꽁꽁 얼고 먹이를 찾기도 쉽지 않을 텐데. 잠은 또 어디서 자나. 한동안 그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풀리기는커녕,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났다. 꽁꽁 언 호수에서 물고기는 어떻게 살아남고, 개구리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디며 먹이활동을 하는지. 따뜻한 곳을 찾아 목숨을 건 비행을 한다거나, 겨울잠을 잔다거나, 체온을 주변의 기온과 맞게 바꿈으로써 추위를 견딘다거나, 털갈이를 한다는 것으로는 나의 궁금증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 혹한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지 나에게는 불가해한 일이었다. 이제 겨울이다. 어느 시점엔가는 혹한이 벼락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그 혹한에 몸도 마음도 시릴 텐데, 모두 이 계절을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살림도, 마음도, 팍팍한 나날들에 부디 온기가 가득하길.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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