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시간 늘린 반면 경직성 큰 52시간제, 이제는 유연해져야[기고/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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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여간 우리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주52시간제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 아무리 금전적 보상을 하더라도 52시간 이상을 근로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주52시간제는 단순명료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정책의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주52시간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감독을 하는 것만큼이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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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52시간제는 그동안 실시했던 법정근로시간 단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이다.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정규근로시간 중 일부가 연장근로시간으로 되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장시간 노동의 비용을 높여 장시간 노동의 사용을 억제하는 일종의 가격 정책이다. 그러나 주52시간제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 아무리 금전적 보상을 하더라도 52시간 이상을 근로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법정근로시간 단축보다 급진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주52시간제에 대한 평가가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이 줄었고 여가와 재충전의 시간이 늘었다. 직장에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근로자가 자신의 근무시간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52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서 근무시간 중의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도 있다.
주52시간제는 단순명료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정책의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명료함으로 인해 경직적이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주52시간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감독을 하는 것만큼이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일 발표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역시 주52시간제가 우리 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동시에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주52시간제 이후 장시간 근로가 줄어들고 근무시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평가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현장의 다양한 수요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하는 근로자가 44.2%였다. 근로자의 이러한 의견은 전문가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올해 5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주52시간제가 업종, 직무,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적용되고 있고, 근로시간 산정 단위기간 확대 등 업무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로 응답했다. 33%는 ‘경직성이 다소 내포돼 있지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정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일한 만큼의 보상과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은 주52시간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선결조건이다. 정부는 제도가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사전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6000명 대국민 설문조사로 현장의 실태를 모두 파악할 순 없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들이 충분히 따지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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