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뒤흔든 ‘서이초 사건’... 경찰 “학부모 갑질 없어”
경찰은 지난 7월 발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 사건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를 종결한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교사 단체 등은 A씨가 학부모로부터 갑질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학부모의 갑질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고인의 유족과 동료 교사, 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고, 고인의 통화 내역과 일기장, 병원 진료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며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 등과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했지만 그와 같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심리부검 결과를 참고해 이와 같은 결론을 냈다고 한다. 국과수는 A씨가 2022년 교사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해 왔다고 했다. 학생 지도, 학부모 중재, 개인 신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취지다.
교사 단체 등은 A씨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이 A씨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해 왔다. 관련 학부모들이 A씨 개인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하는 등 괴롭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학부모가 A씨 개인 전화번호로 수차례 연락했다는 의혹에 대해 “학부모들이 A씨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학부모가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A씨는 학교 전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학부모는 학교 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이를 A씨가 자신의 개인 번호로 학부모가 직접 전화한 것으로 착각했다는 설명이다.
서이초 사건은 부모 갑질 정황이 없었던 것으로 종결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처음 집회가 진행된 뒤, 지난달 28일까지 총 11번의 집회가 열렸다.
경찰의 이번 수사 종결에 대해 교사 단체는 유감을 표명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참담하다”며 “전국 교사들이 교권을 위해 일어서는 도화선이 된 만큼, 앞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 업무가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경찰도 인정한 만큼 유족 측이 신청한 순직 요청은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00m 그물 제거에만 일주일”...침몰 ‘금성호’ 실종자 수색 장기화 우려
- Bite-sized content becomes ‘go-to’ for busy dabblers
- 환율 1400원 넘고, 주가 2500선 붕괴... ‘트럼프 2기’ 충격파에 출렁
- 서울대에 尹대통령 퇴진 촉구 대자보 “사람들 인내심 한계 도달”
- 尹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 트럼프와 아베의 ‘브로맨스’
- 이동우 “실명 후 청각 민감…모든 게 소음처럼 들린다”
- 트럼프의 조선 협력 요청 속...한화오션, 석달 만에 美함정 정비사업 또 수주
- 주식 리딩방서 “코인 투자시 300% 수익”... 98억 챙긴 사기조직 송치
- “심 봤다” 80년 된 천종산삼 6뿌리 억대 감정가에도 이웃 나눔 선행
- “너무 맛있어”... 뉴진스가 광고한 인니 ‘한국라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