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절망의 죽음’... 美 남녀 기대수명, 30년 만에 최대 격차
미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기대 수명 차이가 30년 만에 가장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감염과 약물 과다 복용, 정신 건강 악화로 인한 남성 사망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연구팀은 2021년 미국 남성의 기대 수명이 73.5세로 여성 기대 수명 79.3세와 비교해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고 13일(현지 시각) 밝혔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5.8년 더 산다는 뜻으로, 남녀 기대 수명 격차가 3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연구 결과는 미 의학 협회 저널(JAMA)에 게재됐다.
20세기 초반 여성의 기대 수명은 남성보다 2년 정도 길었다. 하지만 남성을 중심으로 흡연율이 높아져 심혈관 질환이나 폐암에 걸린 남성들이 늘어났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금연 캠페인 등으로 흡연율이 감소하며 남녀 기대 수명 격차는 다소 좁혀졌다. 2010년 들어서는 약물 남용이 문제가 됐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서면서 남녀 ‘죽음의 격차’는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는 음주, 마약 복용, 자살 등이 증가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 백인 남성의 기대 수명이 줄어드는 현상을 ‘절망의 죽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020년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는 격차를 더 벌어지게 했다. 2021년까지 미국에선 남성 10만명당 131명, 여성은 82명이 사망해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뉴욕타임스는 “남성이 코로나에 더 약했던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염증, 면역반응 등 생물학적 원인과 직업, 백신 접종 여부 등 후천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 결과 2010년 76.3세였던 남성의 기대 수명은 2021년 73.5세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의 기대 수명은 78.1세에서 79.3세로 다소 올라갔다.
아울러 2019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남성이 증가(10만명당 22.4→22.8명)한 것도 기대 수명에 악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여성은 자살 사망이 10만명당 6명에서 5.7명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남성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디턴은 미국 남성 가운데 확산하는 ‘절망의 죽음’, 그리고 이를 유발한 경제적 좌절이 2016년 미 대선에서 기존 질서의 파괴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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