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워페어3 "명성만 믿다가 큰코 다친 20주년 기념작"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는 슬레지해머 게임즈가 개발하고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유통하는 FPS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무려 스무 번째 작품이자 20주년 기념작이라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기자 역시 시리즈 찐 팬으로서 출시만 손꼽아 기다렸다.
모던 워페어3는 베타 테스트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발전 없는 게임성과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 등 여러 문제를 지적했다. 그래도 FPS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답게 개선될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
기대는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테스트에서 지적됐던 피드백은 개선되지 않았다. 직접 플레이해 보니 문제가 곧바로 느껴졌다. 멀티플레이, 좀비 모드 등 재미를 유지한 콘텐츠도 있었으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싱글 캠페인 구성과 분량, 발전 없는 게임성이 아쉬웠다.
장르: FPS
출시일: 2023년 11월 10일
개발사: 슬레지해머 게임즈
유통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플랫폼: PC, PS5, PS4, Xbox One, Xbox Series X|S
■ 가격 대비 아쉬운 싱글 캠페인 분량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싱글 캠페인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와 연출로 굉장히 유명하다. 기자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론 서바이버'처럼 긴박한 임무 속에서 생사를 오가는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는 없던 전우애도 끓어오르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이번 작품 역시 눈부신 그래픽 퀄리티와 방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캠페인이 준비됐다. 가장 인상 깊었던 미션은 빌런의 등장을 알린 인트로 미션 '작전 627'이다. 수준 높은 컷신과 연출로 역대 최악이자 최고의 빌런인 마카로프의 등장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게임 시작부터 매력적인 빌런을 등장시키면서 이후 벌어질 스토리에 긴장감을 부여한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특히 '개방형 임무'가 몰입감을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게임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직접 맵을 뛰어다니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선택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정해진 흐름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되는 게임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전자는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플레이어가 집적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높은 자유도를 만끽한다. 후자의 경우 자유도가 없는 대신 개발자가 전달하고자 한 연출과 스토리에 보다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모던 워페어3는 두 가지 방법을 결합시킨 형태로 캠페인 미션을 구성했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지만, 미션은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한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총기, 전술 장비 등을 파밍할 수 있다.
문제는 파밍 외에는 즐길 거리가 전무하다. 컷신으로 미션의 중대함과 긴장감을 극대화했으나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것은 곳곳에 널려있는 파밍 상자뿐이다. 게다가 세이브 포인트도 불분명하다. '마지막 체크 포인트 지점부터 다시 시작'을 누르면 아예 처음부터 미션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싱글 캠페인 플레이 타임은 통상적으로 6~7시간 정도다. 이전까지 가장 분량이 적었던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도 5시간이다. 모던 워페어3의 캠페인 분량은 3~4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마저도 대부분 컷신과 몰입감 떨어지는 개방형 임무가 차지해 꽤 지루했다.
■ 전장 "밸런스 개선이 최우선"
앞서 싱글 캠페인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으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메인은 멀티플레이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여온 코어 콘텐츠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유저가 가장 많다.
이번 작품은 '런앤 건' 스타일을 다시 도입했다. 런앤 건이란 쉴 새 없이 이동해 포지션을 바꿔가며 사격하는 게임 플레이 방식이다. 호쾌하고 빠른 교전 템포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뉴비 유저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총기와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전장, 출중한 사운드 등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대표하는 콘텐츠인 만큼 재미는 확실하다. 그러나 기존 시리즈에서 색다른 변화를 원했던 유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다.
모던워페어3는 서브 베이스, 웨이스트 랜드, 파벨라, 터미널 등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떨어지는 전작의 맵을 그대로 채용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 맵의 귀환 소식에 들떠있었으나 개선되 않아 실망스러웠다.
특히 파벨라, 터미널처럼 '캠핑' 비율이 굉장히 높은 맵들의 재미가 떨어졌다. FPS 장르에서 캠핑은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특정 지점에 계속 대기하며 적을 죽이는 행위다. 물론 캠핑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략의 하나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전략이 과도하게 유리하다면 맵 밸런스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런앤 건 스타일이 도입된 이번 작품에서는 TTK가 짧기 때문에 캠핑에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 좀비 모드는 꿀잼
지금까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좀비 모드는 2차 세계대전, 냉전 시대, 미래전이 배경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현대전이 배경이다. 블랙 옵스 콜드 워의 아웃브레이크 모드와 모던 워페어2의 DMZ 모드를 결합시켜 재해석했다.
진행 방식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와 비슷하다. 최대 3명이 한 분대가 되어 몰려드는 좀비를 처치하고, 총기 경험치 등 다양한 보상을 받는다. 기자는 좀비 모드를 가장 재밌게 즐겼다. 좀비 무리 속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맵 중앙으로 향할수록 등장하는 좀비 수도 많아지며, 굉장히 강해지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파밍을 마치고 탈출 지역에서 헬기를 부르면 좀비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데, 이 때 좀비를 학살하는 재미가 있다.
기존의 웨이브 디펜스가 아닌 익스트랙션 슈터 방식을 적용한 것이 주요했다. PvPvE 콘텐츠인 DMZ처럼 적대 플레이어에게 죽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좀비 모드를 플레이하다가 다른 분대를 마주치면 좀비를 대신 잡아줄 수도 있고, 부상을 치료해 주는 등 소소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 다음 작품도 이렇다면…
모던워페어3를 총평하자면 '명성에 기대 발전을 멈춘 게임'이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기대가 높았던 게임이다. 택티컬 한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와 숨 막히는 전장을 뛰어다닐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들은 인트로 미션이 끝나고 곧바로 사라졌다.
그래픽, 사운드 등 기술적으로 발전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게임성은 명백히 퇴보했다. 3시간 남짓한 싱글 캠페인은 개연성과 몰입감 모두 떨어졌다. 3시간밖에 안되는 플레이 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11월 14일 기준으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53점, 유저 스코어는 1.6점이다. 직접 즐겨본 결과 납득할 수 있는 점수다. 냉정하게 말하면 더 낮은 점수를 줘도 상관없을 것 같다.
싱글 캠페인보다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좋아하거나 익스트랙션 슈터 느낌의 좀비 모드를 플레이하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추천한다.
1. 고퀄리티 그래픽과 긴박한 사운드
2. 뛰어난 컷신과 연출
3. PvE 재미를 살린 좀비 모드
1. 3시간 남짓한 싱글 캠페인 분량
2. 개선 없이 도입된 전작의 전장
3. 몰입감 떨어지는 개방형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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