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17國 “한국 공격 땐 공동대응... 북핵·미사일 강력 규탄”
한국과 6·25전쟁 참전국인 유엔군사령부 회원 17국의 국방장관 및 대표가 참여하는 국제회의가 14일 처음으로 개최됐다. 회의는 올해 정전(停戰) 70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주도해 신설한 것이다. 정부는 회의를 정례화해 6·25전쟁 당시 ‘하나의 깃발 아래(Under One Flag)’ 함께 싸운 정신을 재확인하고 회원국 간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국방 외교의 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6·25 의료 지원국이지만 동서 분단 등 대내외 사정으로 회원국이 되지 못한 독일 등 우방국을 새로 가입시켜 유엔사의 외연도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장성급 장교를 유엔사 참모부에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유엔사 회의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의 대독 축전을 통해 “유엔사는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유엔사는 정전협정 이행은 물론 유사시 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도 우방국 전력을 통합해 한미연합군에 제공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 속에 개최되는 이번 회의는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 우방국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출발점이자 미래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여권에서는 “남북 관계에 간섭 못 하도록 통제해야 한다”며 ‘유엔사 축소’를 시도해 동맹·우방국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국회 외통위원장이었던 송영길 의원은 “유엔사는 족보도 없다”면서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유엔사 회의는 전임 정부 때 유엔사에 대한 각종 논란과 문제를 바로잡고 우방국 관계도 다지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일본 유엔사 후방 기지’ 등을 언급하고 이날 축전을 보낸 것도 유엔사 정상화 및 확대 방안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유엔사 회원 17국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공동 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팻 콘로이 호주 방산장관, 데 레옹 필리핀 국방차관, 송윗 눈팍디 태국군총사령관과 그 외 회원국 각국 대사가 참석했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자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 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73년 전 북한의 기습 남침 직후 유엔 결의에 따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했듯이 앞으로도 유사시 함께 싸우겠다는 유엔사 회원국으로서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또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유엔사가 출범한 이래 70여 년간 계속해서 핵·미사일과 사이버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한미뿐 아니라 역내 동맹국들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안과 경제 제재를 피해 북한의 미사일 발전을 돕고 있어 우려가 크다”면서 “북러 간 군사 협력 확대도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수행하는 데 가장 잔인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신원식 장관은 “북한에 경고한다”면서 “6·25전쟁 때와 달리 이제 유엔 회원국이 된 북한이 또다시 불법 남침을 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이 유엔사를 공격하는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회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거부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 또는 집단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이다. 전쟁 당시 국군과 함께 북·중공군에 맞서 싸웠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한미연합군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군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독일이 18번째 유엔사 회원국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시 국방부가 이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덴마크가 한반도 유사시 전투 참전을 한다는 유엔사 전력(戰力) 제공국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이 또한 문 정부가 거절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문 정부는 독일·덴마크가 제대로 된 가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북한은 유엔사가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면서 유엔 대표부 등을 통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는 현 정부 들어 전력 제공국에 포함됐다. 독일도 이르면 내년 18번째 유엔사 회원국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이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려는 방안을 논의하는 첫 회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의 이후 각국과 실무급 채널을 통해 정례화 방식, 유엔사 확대 방안 등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00m 그물 제거에만 일주일”...침몰 ‘금성호’ 실종자 수색 장기화 우려
- Bite-sized content becomes ‘go-to’ for busy dabblers
- 환율 1400원 넘고, 주가 2500선 붕괴... ‘트럼프 2기’ 충격파에 출렁
- 서울대에 尹대통령 퇴진 촉구 대자보 “사람들 인내심 한계 도달”
- 尹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 트럼프와 아베의 ‘브로맨스’
- 이동우 “실명 후 청각 민감…모든 게 소음처럼 들린다”
- 트럼프의 조선 협력 요청 속...한화오션, 석달 만에 美함정 정비사업 또 수주
- 주식 리딩방서 “코인 투자시 300% 수익”... 98억 챙긴 사기조직 송치
- “심 봤다” 80년 된 천종산삼 6뿌리 억대 감정가에도 이웃 나눔 선행
- “너무 맛있어”... 뉴진스가 광고한 인니 ‘한국라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