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미운 오리새끼, 마침내 레전드가 됐다

김은진 기자 2023. 11.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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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내야수서 ‘캡틴 오지환’까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LG 오지환이 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우승 시상식에서 두 팔을 들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지환(33)은 한동안 LG 안에서 애증의 선수였다. 2009년 고졸 1차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뒤 LG 미래를 책임질 내야수라며 구단이 수많은 풍파 속에도 공을 들인 선수다. 그러나 오지환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20대의 오지환은 구단이 아끼는 미완의 내야수였다.

LG 밖에서는 공격도 많이 받았던 선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고도 오지환을 선발한 것이 문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20대의 오지환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가 됐지만,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10년 동안 가을야구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LG의 암흑기와 함께 20대 시절을 보낸 오지환은 지금 LG의 중심이다. 그리고 LG에 29년 만에 우승을 안기면서 프로야구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오지환은 지난 13일 LG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2차전 솔로홈런, 3차전 결승 3점홈런, 4차전 3점홈런으로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MVP로 선정됐다.

LG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의 영원한 레전드, 마무리였던 김용수가 MVP를 차지했었다. 오지환은 그 뒤를 잇고 선배들에게, 팬들에게 보답했다. 지난날을 모두 보상받은 듯한 기쁨에 오지환은 많이 울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MVP를 욕심냈던 이유는 레전드 선배들의 뒤를 따를 수 있는 일종의 훈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선배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우승이다.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은퇴해서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남아 있는 LG에서 상징적인 것을 얻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LG는 “다음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며 사 놓은 명품 시계 롤렉스를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그 시계를 내가 갖겠다”며 활약을 다짐했던 오지환은 진짜 MVP를 차지했다.

오지환은 그 시계가 LG 역사의 상징이 될 소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오지환은 “시계를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 시계는 말하자면 구본무 선대 회장님의 유품인데, MVP가 되었다고 그것을 내가 차고 다닌다거나 할 수는 없는 일 같다. 받게 되더라도 구광모 회장님께 다시 반납하려고 한다”며 “그럼 좀 더 좋은 요즘 시계를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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