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민담집 낸 황석영 “백성들 이야기, 우리 정체성 확립에 도움”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으로서
손자·손녀에 남기고 싶은 얘기”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으로서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남겨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썼습니다.”
황석영 작가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아이휴먼) 50권 시리즈를 출간한다.
황 작가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민담은 백성들의 이야기고 그것이 쌓여서 역사가 된다. 역사로 넘어가기 전 민초들의 이야기가 민담이라면, 제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면 좋겠다”며 “그 민담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써서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시민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데 세계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가 누군지, 자기 정체성을 잘 알아야 한다.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것을 사랑할 때 남의 것도 존중할 수 있다”고 민담집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담집 출간은 3년 전 서재를 정리하는 데서 시작했다. 책장을 정리하던 그는 한 구석에서 상자를 찾았다. 상자에는 1998년 석방된 이후 1년간 소설을 쓰려고 민담을 정리해둔 자료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20년 가까이 책장 속에서 잠자던 ‘보물’ 박스를 발견하고 출판사와 협의를 한 것. 황 작가는 “서구 동화들을 보면 많은 부분에 왕후장상, 신분이 높은 공주, 높은 계급 출신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민담은 그야말로 백성들 이야기”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지금 군산에 사는데 도심지에도 폐교된 학교가 생긴다. 애들이 없다. 어린이들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다는 말 서너 차례 있다가 안 되고 부커상도 후보 올라가서 떨어지고, 상복은 없지만 상업적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은 이달 5권까지 먼저 출간되고 앞으로 매달 2~3권씩 2025년까지 총 50권을 낼 계획이다. 책은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되며 애니메이션, 무빙툰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로도 나올 예정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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