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 안에서도 꿈은 자란다…소년수 첫 교도소 수능시험장 가보니
새벽 1시까지 열공한 덕에 2등급 성과 내기도
김종한 교장 “범죄 아닌 길 열어주는 것도 교화”
차이가 있다면 교실 창문 앞에 3개의 굵은 창살이 있다는 점이다. 수학능력시험까지 3일을 남긴 지난 13일 서울남부교도소에 있는 ‘만델라 학교’를 찾았다. 17세 이하 소년 수용자를 위한 교정시설인 만델라 학교는 지난 3월 문을 열었고, 검정고시에 더해 수능반까지 가동하고 있다. ‘소년수 수능 입시반’은 교정역사상 첫 도입에 해당한다.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등 기술교육만 해오던 소년수 교육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소년수 36명 중 28명이 지난 8월 검정고시에 응시해 27명이 합격했고, 그 중에서 10명이 이번 수능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성인 수감자들이 수능을 치른 적은 있었지만 교도소 내에 수능시험장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을 지원했고, 7명의 직원을 파견해 교도소 강당을 ‘구로구 13지구 6시험장’으로 지정했다. 남부교도소는 건물 한 켠을 최대한 학교에 가까운 모습으로 리모델링했고 교정협의회를 통해 400만원 상당의 수능 교재도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원자격증이 있는 교정공무원 6명이 사복 차림으로 담임 선생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수능 대비를 위해 특별히 연세대학교 재학생 4명을 강사로 초빙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청이 주관하는 모의고사를 치렀고, 매주 일요일만 빼고는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공부를 한다.
이들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복역해야 형을 마친다. 그 기간에 학업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큰 혜택이자 기회다. 소년수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김종한 교장(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교도소 특성상 24시간 불을 끌 수가 없는데 영어 단어를 외운다고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범죄자에게 이같은 특혜를 베푸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33년 동안 교도관으로 생활해온 김 교장은 “소년수 열중 아홉명은 나중에 성인수로 만나게 되더라”며 “범죄가 아닌 길을 열어줘서 재범의 길로 안 가는 것도 반성과 사과의 과정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부와 교화가 따로 가는 것은 아니다. 임 교도는 “학교관련 기사에 달린 ‘걸레 빨아봤자 수건될 수 없다’는 댓글도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고 전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반성문을 쓰기가 어렵다면 스스로에 대한 반성문, 가족에 대한 반성문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들른 날은 두달 동안 소년수들에게 수능 영어를 가르친 연세대 건축공학과 재학생 정명주 씨가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군입대 문제로 제자들의 입시 결과를 보지 못한다는 선생님은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겁먹지 말고 맥락으로 풀어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날 치른 영어단어 시험에서 눈물(tears)과 군대(military) 등 단어가 나오자 아직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우리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 같다”며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박수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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